우선순위를 생각하다
시간이 없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아침에는 출근 시간에 맞추려고 숨이 차도록 뛰고, 일과시간에 주어지는 30분 휴게시간은 꾸벅꾸벅 졸음이 먼저 찾아온다. 그렇게 일과를 보내고 칼퇴근을 하면 저녁은 생각보다 빨리 흘러간다.
집에 돌아오면 집안일을 하고 씻고 나면 어느새 밤이다.
원래는 책도 조금 읽고 글도 써보려고 했는데, 그 시간은 늘 뒤로 밀린다. 하루가 끝날 때쯤이면 ‘오늘도 시간이 없었다’는 생각에 구멍을 찾게 된다.
돌아보면 흐름이 무너지는 지점이 하나 있다. 저녁 식사를 하면서 보는 동영상이다. 잠깐만 보려고 틀어 놓은 영상이 생각보다 길어진다. 하나가 끝나면 알고리즘이 또 다른 영상을 보여 준다. 식사는 길어지고, 해야 할 집안일도 덩달아 느려진다.
흥미로운 주제를 만나면 더 그렇다.
요즘은 조선 왕들의 이야기를 다룬 콘텐츠가 눈에 들어온다.
한 왕의 생애를 듣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 주변 인물들이 궁금해진다.
왕의 형제는 어떤 사람이었는지, 왕비는 어떤 삶을 살았는지, 기록에 남지 않은 작은 일화까지 이어진다.
궁금증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그렇게 몇 편을 보고 나면 시간도 함께 흘러가 있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영상을 다 보고 집안일을 마치고 방으로 들어오면, 이미 꽤 피곤해져 있다.
책상에 앉기만 하면 독서와 글쓰기는 어렵지 않게 시작되는데, 그 ‘앉는 순간’까지 가는 길이 자꾸 늦어진다.
결국 침대에 잠깐 눕는 것으로 하루가 마무리된다.
그래서 요즘은 저녁을 먹을 때 영상을 틀지 않고 궁금했던 역사 이야기는 오디오로 듣는다. 설거지를 하거나 집안을 정리하면서 들으면 시간의 흐름은 조금 덜 흐트러진다.
그 작은 변화로 저녁이 조금 달라진다. 집안일을 끝나는 시간이 조금 빨라지고, 방에 들어올 때의 피로도도 덜하다. 그리고 책상에 앉을 여유가 생긴다. 막상 앉기만 하면 책을 펼치거나 노트를 여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아마 많은 날들이 이렇게 흘러가는 것 같다. 하루를 완전히 바꾸는 거창한 방법보다는 흐름이 끊어지는 작은 지점을 하나 바꾸는 것. 그 정도의 변화면 충분할지도 모른다.
오늘도 숨 가쁘게 일과를 끝내고 퇴근길이다.
잠자리에 들기 전에 해야 할 목록을 떠올리다가
어제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이 문득 떠올랐다. 아직 첫 장도 펼치지 않았지만, 그 안에 어떤 문장이 기다리고 있을지 생각하면 마음이 설렌다. 비록 책장을 통해서지만, 그 사람의 생각과 시간을 잠시 빌려 보는 일이니. 작가와의 만남은 늘 기대하게 된다.
오늘도 집안일을 서둘러 마치고 어제 빌려 온 책을 펼쳐 볼 생각이다.
오늘 밤에는 그 이야기로 가득 채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