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장. 아파트 계단 훈련의 기록

by 페트라

지하철에서 계단을 오르는 것이 익숙해졌을 때, 저는 한 가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걸… 집에서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사람은 참 단순합니다.

아니, 단순하기보다는 실생활 적응형이 아닐른지요.

한 번 이상한 방향으로 적응하기 시작하면 그걸 일상으로 끌고 들어옵니다.


그렇게해서 저의 두 번째 훈련장이 생겼습니다.

아파트 계단입니다.


아파트 계단은 지하철과 비슷하면서도 다릅니다.

지하철은 사람이 있습니다.

그래서 멈출 수 없습니다.

하지만 아파트는 다릅니다.

조용합니다.

아무도 없습니다.

그러기때문에 더 위험합니다.


왜 위험할까요.

사회가 아무리 험악하다지만, 말 그대로 너무 외진 공간이라 그럴까요?

그건 아닙니다.

아파트 계단은 자신만의 공간이기 때문에 멈출 이유가 너무 많다는겁니다.

스카이런 대회를 알고 난 이후 처음 도전했을 때의 저를 기억합니다.

“오늘은… 우리 아파트 끝까지 올라보고 시뮬레이션 해보자.”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으로 향합니다.

타이머를 켭니다.


출발.


2층

괜찮습니다.


5층

조금 숨이 올라옵니다.


8층

여기서부터 시작입니다.

“연습으로 하는 건데 여기서부터 걸어오를까”

“이거 초반 오버페이스 아닌가?”

“끝까지 유지 가능해?”

“지금 속도 괜찮은거야?”

운동을 시작하면 사람은 갑자기 스스로가 코치가 됩니다.


10층

숨이 확실히 가빠집니다.

선택의 구간입니다.

멈추어 숨을 두세번 고르고 걸어오르기로 바꿉니다.

그래도 조금이라도 기록을 내보려 두 계단씩 오릅니다.


드디어 16층 도착.

타이머를 봅니다.

190초.


바로 AI를 통해 시뮬레이션 합니다.

<상위 25%의 기록>이라네요.


잠깐 가만히 서 있습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생각이 이어집니다.

“이거… 빠른 건가?”

지하철에서는 그냥 느낌이었습니다.

힘들다, 괜찮다, 오늘은 별로다.

그런데 아파트에서는 다릅니다.


숫자가 남습니다.

그래서 계산을 해봅니다.

“이 페이스면… 어디까지 갈 수 있지?”

스카이런을 떠올려봅니다.

수천 개의 계단을 쉬지 않고 올라가는 수직 마라톤.

“내가 저걸 간다면…”

머릿속에서 또 다른 시뮬레이션이 돌아갑니다.


초반 “지금처럼 가면 너무 빠른가?”

중반 “여기서 무너지면 끝이다”

후반 “지금 멈추면 기록 의미 없다”

그리고 다시 현실로 돌아옵니다.


16층

190초

이걸 단순하게 늘려보면

대략 35~45분대.


물론 실제로는 더 걸릴 겁니다.

지금처럼 일정하게 올라갈 수 없으니까요.

그래도 감은 옵니다.

“완주는… 되겠는데?”

이 생각이 들고 나서 저에게 계단은 조금 다른 공격 대상(?)이 됩니다.

예전에는 계단이란건 그냥 올라가는 공간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기록이 쌓이는 공간입니다.


다시 계단 앞에 섭니다.

“190초… 줄일 수 있을까?”

이제는 또 다른 시뮬레이션이 시작됩니다.

“초반은 더 천천히 갈까?”

“아니면 초반에 벌어놓고 버틸까?”

“10층까지만 참으면 된다”


아파트 계단은 여전히 조용합니다.

아무도 없습니다.

그래서 더 명확합니다.


지하철에서는 사람들이 저를 밀어줍니다.

하지만 여기서는 오직 저 혼자입니다.

190초라는 숫자도 핑계 없이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방법은 하나입니다.

다시 올라가는 것.

몇 번 반복하다 보니 패턴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저는 항상 중간에서 가장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전략을 바꿨습니다.

“중간까지만 참자.”

신기하게도 그 구간을 넘기면 계속 올라가게 됩니다.

이건 계단뿐만이 아닙니다.

대부분의 일들이 그렇습니다.

시작보다 중간이 더 어렵습니다.

어느 날은 욕심이 생겼습니다.

“오늘은 11층까지 뛰어 올라 가볼까?”

그리고 또다시 타이머를 켭니다.

이제 계단은 단순한 이동이 아닙니다.

작은 경기입니다.

상대는 어제의 나입니다.

그리고 오늘도 집 앞에 서서 잠깐 고민합니다.

엘리베이터 버튼과 계단 문 사이에서 짧은 선택을 합니다.


오늘은 두칸씩 걸어올라볼까!!


4장. <대회 신청과 탈락 그리고 계속되는 꿈>에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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