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국에서 팔지 않는 비타민

물없이도 목넘김 없이도 복용이 가능합니다

by 페트라

이런 비타민도 있을까요?


먼저 약국에서 벌어질 상황을 가정해봅니다.


“뭘 도와드릴까요”


“비타민 G 주세요”


“네? 비타민 G라구요?”


“네. 의사 선생님이 그러시는데 제가 많이 부족하다는군요”


“손님. 검색해봤는데 비타민 G는 없어요. 잘못 듣고 오신거 아니예요?”


“맞는데... 의사선생님이 꼭 G라고 말씀하셨는데... 혹시 품절되었나요? 요즘 다들 많이 사가시나?”


이런 상황이라면 몇 십년간 약국을 운영하신 약사라도 당황하겠지요.


비타민 G란 ‘Gratitude’이자 ‘Gamsa’의 약자입니다.

요행히도 영어와 우리말 첫 글자가 같네요.


그럼 비타민 G는 어떻게 복용해야 할까요.

이렇게 하면 쉽게 복용할 수 있습니다.

일상의 작은 순간들을 포착해보세요.


휴일 새벽에 문득 깼는데 알람 5분 전이라 알람을 조금 늦추고 다시 잘 수 있을 때의 그 기쁨을 느낄수 있습니까.


반대로 어제 일 고민에 늦게 잠들었는데 잠이 새로운 솔루션을 선사하며 새벽에 깨어 그 일을 클리어하게 마쳤을 때의 감사함을 느낄수 있습니까.


어젯밤 비예보를 듣고 아침 출근 길에 우산을 챙겼는데 정말 비가 와서 느끼는 은근한 뿌듯함을 느낄수 있습니까.

(제가 현직에 있을 때 200여명의 선생님을 대상으로 발표를 할 일이 있었고, 그 날 참석자 선물은 우산이었습니다. 제 발표는 밋밋했지만 오전 쨍 오후 우중충했던 당시 날씨에 맞춰 강연 끝에 “오늘 이 강연끝에 비라도 내린다면 아마도 좋은 선물이 될 수 있겠군요”라고 했을 때 우레와 같은 박수가 쏟아진 적이 있습니다)


출근길에 지하철을 환승하는데 두 번이나 기다림 없이 바로 옮겨 타는 쾌감을 느낄수 있습니까.


밀린 카페에서 자리가 없을 줄 알았는데 막 일어나는 사람 발견했을 때 “아싸!”하는 행운을 느낄수 있습니까.


퇴근시 약속에 늦은 상태에서 신호등 앞에서 뛰고 있는데 딱 초록불로 바뀔 때의 쾌감도 느낄수 있습니까.


집에 들어왔을 때 냉장고에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했는데 라면 하나 발견했을 때의 기분은 어땠습니까.


저녁을 먹고 넷플릭스 영화 선택을 5분이나 돌린 끝에 정말 보고싶었던 영화를 발견했을때의 기분은요.


어젯밤 잠을 설쳤는데, 오늘밤은 자리에 눕자마자 1분내에 ‘실신’했을때의 기분은요.


우리의 일상에서 감사할 순간은 많습니다.

당연히 주어진 순간도 있었지만, 그 당연함을 이끈 것은 ‘예기치 않은 감사’일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매일 아주 작은 복권에 당첨되고 있습니다.


빡빡한 샐러리맨 시절 월급날 통장을 보며 ‘이번 달도 마이너스가 아니라니 감사합니다’라고 외쳤던 아내를 보면서...


매년 2월을 맞으며, 특히 1일과 2일이 휴일이라면 웬지 이 월급을 쓰는 일수가 26일밖에 되지 않는다는 상상 속의 자신을 발견했다면, 축하합니다. 당신은 이미 비타민 G를 복용 중입니다. 제가 그랬으니까요.


이러한 비타민 G도 ‘부작용’은 있답니다.

과다 복용 시 주변 사람들이 당신을 긍정 에너지 덩어리라 부를 수 있습니다.

상대방이 친구들과 고충을 얘기하는 술자리에서 “쟤는 빼고 말해”라는 왕따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비타민 G라는 이 표현은 지난 주말 부모님 댁에 다녀오면서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게시된 글에서 보게 되었습니다.

그 글 내용중에는 '소소한 일이라도 감사하기', '불편하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감사한 점 찾기', '당연하게 생각하는 습관 버리기' 등이 있었습니다.


얼마 전 제 카톡 프로필 문구도 '삶 속의 단순한 기쁨들에 감사', '감사가 생략되는 듯한 당연한 삶을 경계'라는 글이었던 때가 있습니다.


무엇이든 당연시하면, 그 것이 조금 특별하게 주어졌음에도 또는 운 좋게 주어졌음에도, 감사함이 생략되죠.

작은 주어짐에 감사하지 못하면 큰 주어짐에도 그 크기가 짐작되지도 않을뿐더러 감사하지도 못하죠.


뭔가 큰 것을 기다리지 마세요.

큰 것이 당신 앞에 주어지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으며, 작디 작은 행운들이 모이면 큰 행운이 되는 것입니다.


두 시간을 차를 몰아 부모님 댁을 방문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 것도 감사한데, 비타민 G라는 개념을 발견한 아파트 게시 글을 본 것 또한 감사한 일이었습니다.


비타민1.jpg


결국 우리 모두는 불완전한 존재지만, 그 불완전함 속에서도 감사할 것을 찾아내는 게 진짜 비타민 G를 제대로 복용하는 방법입니다.


감사는 또다른 감사를 부르는 화수분입니다.

쉽게 감사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기지요.

감사할만한 상황을 그냥지나쳤을 때 어느새 감사의 역치(자극의 세기)는 마냥 높아져 어떤 상황에서도 만족하지 못하거나 감사하지 못합니다.


비타민 G가 부족하거나 없는 삶은 ‘결핍된 삶’이 되기 쉽습니다.

매일 한 알, 불행 처방전에서 행복 처방전으로 바꾸는 것은 감사의 기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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