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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화
내 몸 괴롭히기
by
페트라
Feb 3. 2026
60을 넘긴 지금, 저의 최대 관심사는 분명합니다.
건강 유지이지요.
여기에서 필요한 한 가지는 제가 이 건강을 너무 점잖게 관리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이런 말이 있쟎습니까. 재산이 많지 않은 사람들이 하는 말.
‘건강을 지키는 것은 자식에게 물려주는 가장 큰 유산’
물론 부모의 건강이 아이들에게 큰 복은 되겠습니다마는 유산이라고까지 하기에는 딱히 들어맞는 것 같지 않기도 하지요.
그러나, 확실한 것은 건강이 유산까지는 아니어도 아이들에게 크나큰 선물인 것은 맞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저는 이 말을 들은 뒤부터는 '줄 건 많지 않아도 이 것 정도야'라는 왠지모를 자신감(?)도 생겼습니다.
계단은 피하는 게 아니라 오르는 것
엘리베이터 앞에 서면 두 갈래 길이 나옵니다.
편안함의 길, 그리고 계단의 길이죠.
저는 거의 계단 쪽을 택합니다.
이 때 저의 심장이 급하게 노크하면서 말을 걸어옵니다.
“아니, 오늘 이런 일정 없었는데 왜 이러세요?”
계단 몇 층만 올라가도 저의 심장은 급히 비상근무 태세로 전환하기 때문입니다.
지하철 계단오르기!
따로 시간을 내어 운동하기가 어려운 현대인들이 마음의 여유를 가진다면 실천할 수 있는
생활 속 운동
입니다.
저희 집 근처에 있는 수지구청역은 지하 3층 정도입니다.
저는 항상 걸어오릅니다.
보는 사람이 없을 때는 뛰어오르기도 합니다.
또 때로는 다가 올 차량이 두 정거장 이상 남았을 때 심심풀이 삼아 두 번 오릅니다.(내려갈 때는 당연히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구요)
요즘은 여의도에 있는 결혼식장에 갈때면 꽤 깊이 있는 여의나루역을 이용하여 계단을 오르고 결혼식장까지 걸어갑니다.
이를 위해 한 시간쯤은 여유있게 집을 나섭니다.
정년퇴직 이후로 가능한 생활이니 이 얼마나 고맙습니까.
참고로 전국 지하철 중 가장 깊이 있는 역은 부산 도시철도의 만덕역이랍니다.
그리고 5호선 여의나루역과 6호선 버티고개역이랍니다.
너는 왜이리 몸을 학대해?
이게 바로 호르메시스입니다.
‘호르메시스’란 그리스어로 ‘자극하다’ 혹은 ‘촉진하다’라는 뜻입니다.
이는 가벼운 스트레스적 상황이나 유해한 상황이라도 소량이라면 인체에 좋은 영향을 끼친다는 생물학적 현상으로 호르몬과 같이 활동을 한다는 이유로 이런 이름이 붙었답니다.
우리 일상에서있는 호르메시스는 규칙적인 운동, 간헐적 단식, 사우나, 예방주사, 적정량의 보톡스, 저선량의 방사선 등이 그 예입니다.
몸을 깜짝 놀라게 하는 작은 배신!
이 배신이 심장을 더 오래 일하게 하고 삶의 원동력을 제공합니다.
헬스장 ‘천국의 계단’ 독점자
요즘 헬스장에는 ‘천국의 계단’이라는 기구가 있습니다.
이름만 들으면 천사들이 내려올 것 같지만 실상은 거친 숨만 몰아쉬게 됩니다.
막상 올라가 보면 천국은 멀고 호흡은 짧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잠깐 올라갔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내려옵니다.
저는 그걸 독점합니다.
10여분 되는 시간 동안 말이죠.
운동하는 동안에는 무척이나 힘이 들지만 끝나고 나면 묘하게 개운합니다.
그러면서 심장에게 말을 걸어봅니다.
“어때, 할 만해”
나의 취미는 속보
저는 취미나 특기란에는 속보를 꼭 썼습니다.
물론 무미건조한 제가 딱히 쓸 내용이 없어서 그러는 탓도 있습니다만, 저는 빨리 걷기를 잘 합니다.
속보는 달리기가 아니라 급한 걷기입니다.
저는 이제는 뛰지 않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급히 걷습니다.
젊을 때야 뛰어야만이 운동이라고 생각하고 무조건 뛰었습니다만 이제는 아닙니다.
겉보기엔 여유로워 보이지만 속은 난리입니다.
심폐는 이미 전력 질주 중이지요.
속보의 장점은 분명합니다.
다칠 확률은 낮고 심폐기능은 올리고 관절은 지킵니다.
복잡한 생각을 정리하고 우울감도 완화시키는 측면에서 정신 건강에도 좋습니다.
무엇보다도 매일 할 수 있습니다.
달리기에는 회복이 필요하지만, 속보는 어제 했다고 오늘 쉬지 않아도 되고 연속 사용이 가능합니다.
나는 목욕탕 잠수사
목욕탕 속 잠수, 그 것은 나만의 비밀 훈련입니다.
이 것을 시작한 지는 실로 꽤 오래되었습니다.
직장생활 초년병 시절에 어느 한방병원장님에 교양강좌에서 “여러분! 오래 사시는데 필요한 것 중 중요한 하나가 심폐기능입니다. 그래서 저는 목욕탕에 가면 반드시 잠수훈련을 합니다”라고 말씀하셨지요.
그 뒤로부터 저도 목욕탕에 가면 빠지지 않고 잠수훈련을 했으니 무려 30여년이나 되었네요.
제 잠수시간은 처음은 40초 남짓이었지만, 지금은 60~80초랍니다.
그런데 유의할게 하나 있습니다.
남들에게 물에 빠져 정신을 잃은 사람으로 오해될 수도 있습니다.
몇 년 전 한 번은 제가 잠수를 하고 있는데 너무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옆에 있는 어느 분이 저를 두드리면서 제 상태를 확인하셨습니다.
그 뒤로부터 저는 시간(초)도 잴 겸 해서 손을 까딱까딱하면서 잠수 훈련을 합니다.
호르메시스는 운동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가끔 찬물로 세수를 하거나, 조금 배고픈 상태를 유지하거나, 새로운 것을 배우며 뇌에 자극을 주는 것도 모두 같은 원리입니다.
편안함의 영역에서 조금씩 벗어날 때, 우리 몸의 회복 시스템이 깨어납니다.
중요한 것은
‘적당함’
입니다.
과도한 스트레스는 독이 되지만, 적절한 스트레스는 약이 됩니다.
60대의 몸은 20대처럼 빠르게 회복되지 않기 때문에, 더욱 신중하게 자극의 강도를 조절해야 합니다.
운동 후 이틀 동안 몸살처럼 아프다면 너무 과한 것이고, 다음 날 개운한 피로감이 느껴진다면 적당한 것입니다.
이제 저는 건강을
‘지키는’ 것이라기보다는 ‘만들어가는’ 것
이라고 생각합니다.
매일 적당한 불편함을 선택하고, 몸이 그에 반응하여 조금씩 강해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 그것이 60대를 살아가는 저의 방식입니다.
호르메시스는 단순한 생물학 원리가 아니라, 나이 들어가는 삶을 능동적으로 설계하는 지혜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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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면서 행복을 다집니다. 많은 경험은 아니지만 삶을 녹여 '일상 에세이'를 씁니다. 브런치로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자 합니다. 스칸달룸은 걸림돌이지만 페트라는 디딤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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