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가 무엇이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더 자주 듣는 건 기분 탓일까, 초면의 어색함을 이와 같은 질문들로 풀어나가야 할 일이나 관계들이 많아지는 까닭이다. 이 정도의, 딱 이 만큼의 질문에도 이제는 대답이 어려워지는 것이 나만의 문제일진 모르겠지만, 취미가 뭐냐는 질문은 아직도 나에게 여러 가지 해석과, 어떻게 대답해야 할까 하는 쓸데없이 진지한 고민으로 날 복잡하게 만든다.
"취미가 뭐예요?"
"저는 음악 듣는 것 좋아해요. 독서도 좋아하고, 여행 가는 것도 좋아하고요."
음악감상은 출퇴근의 소음을 줄이기 위해 귀를 막고 있는 것이고, 독서는 몇 달 전에 읽었던 책을 마치 어제 읽은 것처럼 이야기했고, 여행은 언젠가 연휴에 다녀온 일본여행이 떠오른 탓이다. 이런 것들을 취미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일까 생각이 옮겨간 언젠가부터, 취미가 뭐냐는 질문이 이렇게 복잡하게 느껴질 수 없다.
"저는 음악 듣는 것 좋아해요. 독서도 좋아하고, 여행 가는 것도 좋아하고요."
음악, 독서, 여행.. 취미라고 부르기 모호한 것들. 동시에, 다음 키워드를 쉽게 꺼낼 수 있는 것들.
이 질문을 주고받는 우리의 사이가 이 정도쯤이니, 빨리 공통 대화주제를 찾아 정적을 줄여야지. 자, 어서 이 주제들을 덥석 물어주세요.
"오, 저는 이런 음악 좋아해요." 라거나, "최근에 어디 여행 가보셨어요?"
이렇게 대화가 이어지면 한숨 돌린다. 취미는 내게 이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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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가 뭐냐는 질문을 몇 차례 주고받다 보면, 종종 자신 있게 취미를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클라이밍이라던가, 프리다이빙, 클래식 감상, 요리... 자기 취미를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사람들은 보면 부럽기도 하면서, 매력이 느껴진다.
2년 전부터 '취미 찾기'라는 키워드로 개인 SNS 계정에 이것저것 기록하던 친구가 있었다. 참 부지런히 여러 가지를 시도하며 기록하던 친구였는데, 말 그대로 새로운 것을 많이도 시도했었다. 꽃꽂이, 다이빙, 금속공예, 유화, 베이킹, 등산, 커피, 칵테일... 나름의 결과물이 업로드되긴 했지만, 어느 것도 지속되는 것은 없었다. 취미 찾기가 이렇게 어렵다.
얼마 전부터 골프 치는 사진이 종종 올라오는 걸 보니, 찾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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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출한 것을 취미라고 불러도 되지 않는다면, 또는 정기적으로 이것을 즐기는 것이 아니라도 괜찮다면, 나도 몇 가지 말할 수 있지 않을까. 그저 내가 좋아하는 것을 취미라고 말해도 된다면.
"취미가 뭐예요?"
배경이 날아간, 필터톤의 사진을 찍는 것을 좋아합니다. 카메라는 몇 달째 방전상태지만. TV장 두 번째 서랍에 고이 모셔두었어요. 언제든 꺼낼 수 있게요. 기타를 쳤었어요. 직장인 밴드 동아리를 하면서 공연도 종종 했었는데, 사실 전 악보를 볼 줄 몰라요. 기타는 이사 온 뒤로 꺼낸 적도 없어요. 이제는 소리가 안 날지도 모르겠네요. 여행 가는 것도 좋아해요. 심각하게 즉흥적 성향이라, 전날 발권해 다음날 파리로 떠난 적도 있어요. 연휴가 있으면 비행기 티켓 가격부터 체크하는 편인데, 내심 가격이 비싸길 바라기도 해요. 떠나는 것도 사실 큰 결심이라, 가격이 비싸서 못 가게 되었다며 단념하는 것도 꽤 괜찮아요. 적어도 떠날 궁리는 해봤으니까.
이 정도면 취미라고 말해도 되는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