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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곽용신 Mar 03. 2024

새벽2시. 머리를 식히는 시간.

취미 #2

어느 한산한 새벽 2시. 이 시간은 내가 가장 정적인 글을 쓰는 순간이다. 바탕화면에는 다양한 카메라 스펙이 적힌 스크린샷 이미지들이 모여 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건만, 나는 블로그 글을 수정하고 발행 버튼을 누르기까지 1시간 동안 고민하고 있었다. 사진기에 대한 열정이 가득 차 있는 시간. 카메라 스펙이 적힌 스크린샷과 수많은 숫자들을 적고 있는 내 오른손, 그리고 너무나도 맑은 정신이 그 증거였다.


사무실에서 전화와 서류를 뒤적이며 무엇인가 계속 쓰고 있지만, 그 텍스트들은 내 머릿속을 과열시킬 뿐이었다. 정리가 되지 않은 정보와 지식이 머릿속을 채웠고, 정리가 필요했다. 그래서 나는 이 새벽 시간에 나만의 글을 쓰기로 했다. 마치 혼돈 속에서 질서를 찾아가는 과정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 내가 관심을 갖는 것들에 대해 글을 쓰는 것은 나에게 일종의 치유의 시간이었다. 이 시간만큼은 내가 진정으로 즐기는 것에 몰두할 수 있었다. 


내가 쓰는 글은 카메라 리뷰다. 


렌즈를 통해 바라보는 세상은 단순하면서도 복잡하다. 그리고 그 순간을 캡쳐하는 카메라의 기계적인 움직임은 정교하면서도 사용자의 바람에 따라 그 움직임을 잡아낸다. 그리고 그러한 카메라에 대한 내 열정은 단순히 스펙을 나열하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사진을 통해 세상을 보는 방식, 순간을 기록하는 기술, 그리고 그 안에 담긴 예술적 요소들이 나를 사로잡는 것만 같았다. 그 누구도 설명해주지 않았던 사진의 즐거움을 깨닫게 되면서 하나하나 기록하던 나의 글과 정보가 모여 리뷰가 되었다. 



"와...(따봉) 프로2, t1 들이고 x100t 방출할지 고민 중이었는데.. 이 글을 보니 놔두어야겠습니다!"

신기했다. 내가 카메라 리뷰에 달린 첫 댓글. 얼굴도 모르는 사람이 내 글로 인해 생각이 바뀌었다는 이야기. 필름 카메라 처럼 생겨서 이쁘기만 하고 기능은 좋지 않다는 X100 이라는 카메라가, 기능적으로도 얼마나 많은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지 알려주고 싶어서 써본 첫 리뷰였다


그렇다. 내 취미는 카메라 리뷰다.


적지 않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서 사람들은 카메라라는 물건을 손에 넣게 되지만, 막상 카메라가 가진 능력 중 아주 극히 일부만 사용하면서 촬영의 즐거움을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나는 많은 사람들이 카메라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요소들을 통해 사진찍는 것에 대한 더 큰 즐거움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다양한 카메라의 스펙을 비교하며, 어떤 카메라가 어떤 상황에 더 적합한지 분석하는 것이 재미있었다. 이러한 분석은 내가 새로운 시각으로 사진과 카메라에 대한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해주었다. 어쩌면 내가 정말로 관심을 가지는 것은 단순히 기계적인 스펙이나 숫자가 아니라, 그것이 어떻게 사람들에게 감정을 전달하고, 순간을 기록하며, 이야기를 전하는 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카메라는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하나의 거울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을 마무리하고 발행 버튼을 누르기 전, 잠시 동안 나는 이 모든 과정을 돌아보았다. 나의 관심사와 열정, 그리고 그것을 통해 얻은 깨달음들이 모두 이 글에 담겨 있었다. 발행 버튼을 누르자, 새벽의 고요함 속에서 나의 작은 작품이 세상에 공개되었다. 이 순간은 마치 나만의 작은 세계가 세상과 연결되는 순간이었다.


또 언젠가 어느날 머리 속 정리가 필요하게 되는날, 다시금 새벽의 정적 속에서, 글을 쓸 상상을 한다. 지금 꼭 글을 쓰고 있지 않더라도, 순간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삶의 작은 기쁨이자 의미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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