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른다섯 살, 2022. 8. 17. 수요일 >
안녕하세요? 장난감공장입니다. 2월 마지막 주에 브런치 작가가 되고, 어느덧 6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일기장에서 발췌한 글들을 다듬어 한 편씩 올리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반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과분한 관심과 응원을 받기도 하고, 소중한 조언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한 명의 브런치 작가로서 느낀 점을 나누고 감사 인사를 드리기 위해 글 적게 되었습니다.
1. 브런치 활동 6개월을 결산합니다!
64편의 글을 적었고, 116,011분이 읽어주셨으며, 887개의 라이킷을 받았고, 59분과 댓글로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그리고 아직 발행하지 못한 30개 글이 작가의 서랍에 담겨 있습니다.
2. 숫자가 아닌, 마음으로 얻은 것 들을 공유합니다!
사실 브런치는 위에 적은 '한 줄짜리 숫자 보고서'가 어울리지 않는 곳인 것 같습니다. 자신만의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그것들을 한결같은 목소리로 들려주시는 작가님들이 계신 곳이니까요. 그래서 저 역시도 숫자가 아닌, 그것에 숨어 있는 진짜 경험을 나눠보고 싶습니다.
브런치 동기생이 생겼습니다. 저와 비슷한 시기에 브런치 작가 활동을 시작하시고, 저와 인연 맺으신 분들을 저는 '동기 작가'라고 부릅니다. (그분들은 이 사실을 모르시겠지요!) 처음에는 두어 편 정도 되던 동기 작가님의 글이 점점 쌓이고, 구독자 분들이 늘어나는 모습을 볼 때면 같이 성장해나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초등학교 같은 반 친구와 나란히 고학년이 된 기분이랄까요. 동기 작가분들 중 전자책을 내시고, 출간까지 이어진 소식을 들을 때면 덩달아 기분이 좋아지곤 했습니다.
근 10년 사이 가장 재미있게 읽은 책이 생겼습니다. 앉은자리에서 숨도 쉬지 않고 읽어나간 빈창숙 작가님의 브런치 북이었습니다. '골목 안의 기억들'이라는 제목의 책인데,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어린 시절이 재미있고 생생하게 와닿았습니다. 책의 마지막 글에 한 편만 글을 더 써달라고 조르고 싶다는 댓글을 남길 정도로.. 다음 글이 기다려집니다.
https://brunch.co.kr/brunchbook/memoryofalley
사람들이 세상 살아가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저는 주로 늦은 저녁, 혼자만의 시간에 글을 적습니다. 그 시간은 세상과 단절되어 오롯이 저와 대화하는 시간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글을 발행하고 나면 그것을 읽어주시는 분들의 반응을 통해 세상 살아가는 소리를 생생하게 들을 수 있었습니다. 제 글들 중 직장 이야기가 독자분들의 반응이 가장 높았습니다. 이직을 하는 동료들을 보면서도 마지못해 출근하는 직장인들의 애환이 느껴졌습니다. 반면 가족 이야기는 회사 이야기에 비해 조회수는 나오지 않았지만, 댓글을 통해 마음 따듯한 대화들이 오고 갔습니다. 어려운 서울살이, 타향살이에 지쳤을 때 문득 부모님이나, 형제자매, 그리고 배우자와 아이가 떠올랐기 때문이었겠지요.
3. 브런치 북 발행 소식을 전하고 싶습니다.
6개월 동안 적은 글들을 엮어 총 세편의 브런치 북을 발행했습니다. 제가 발행한 글들은 일기장에서 나온 것이기에, 각 시기마다 조금은 다른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크게 '직장생활'과 '가족'이라는 키워드로 묶을 수 있었습니다. 각각의 책에는 사무용품을 가지고 출근한 신입사원의 이야기, 자녀에게 받은 수분크림을 환불하신 어머니의 사연 등이 담겨 있습니다. 그리고 '네 살 아이의 엉뚱한 이야기'라는 책은 아이와 나누었던 대화 내용들을 재미있는 형식으로 각색한 책입니다.
https://brunch.co.kr/brunchbook/kid30
https://brunch.co.kr/brunchbook/family30
https://brunch.co.kr/brunchbook/fire30
4. 아직 저는 브런치 활동을 주변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았습니다.
브런치를 시작할 때 아내 말고는 주변에 알리지 않았습니다. 지인들이 찾아와 마지못해 눌러주는 라이킷(좋아요)을 배제하고 글 자체가 다수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 보고 싶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처럼 브런치가 친목의 장이 되는 걸 원하지는 않았거든요. 그 덕분에 편견 없이 제 글들이 읽혔던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이제는 주변에도 제 글들을 소개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요새 뭐하고 지내는지 묻는 말에 "딱히.."라고 대답하는 것도 6개월이 지나니 괜스레 마음 불편해지더라고요. 혹시 다른 작가님들은 브런치 활동을 주변에 어떻게 알리셨는지 궁금합니다.
5. 이제 본업으로 돌아가 볼까 합니다.
팀 미팅을 마치고 새벽에 글을 쓰는 게 참 즐거웠습니다. 특히 30년 간 적어온 일기장을 다시 꺼내 읽어보고, 거기서 의미를 발견하는 일은 스스로에게도 도움이 참 많이 되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아쉽게도 이제 방학이 끝나갑니다. 네, 저는 미국에서 데이터사이언스를 공부하고 있는 직장인 학생입니다. 이제 슬슬 본업으로 돌아가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글쓰기를 멈추겠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앞으로는 데이터 과학을 소개하는 글들을 좀 더 써볼 생각입니다. 나는 왜 쿠팡에서 생각지도 않았던 물건을 사게 되는지 같은 가벼운 이야기들이 될 것 같습니다. 그래도 가끔은 지금까지 그래 왔던 것처럼 제 일기를 다듬어 글을 계속 올리고 싶습니다. 그렇게 사람 사는 이야기를 전하고, 또 좋은 분들과 계속 소통하고 싶습니다. 긴 호흡으로요!
8월 마지막 주에 있는 브런치 공모전을 준비하시는 분들께 응원의 말씀을 전합니다. 오늘도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하고,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