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육인야화 21화

(소설) 육인야화 후기

by 도라지

망했다. 이 작품을 중간쯤 쓰면서 들기 시작한 생각이었다. 몇 분 읽으시던 독자님들마저 슬슬 작품을 외면하기 시작했다. 재미가 없다는 뜻이었다.


처음에 제목을 <육인야화>라고 붙이고 1회부터 그룹섹스니 뭐니 야한 상상을 하게 하는 단어들이 제시되니까, 간혹 독자님 가운데 이 소설을 19금으로 기대하셨던 분들도 계신 거 같다.


'야화'란 말 그대로 밤에 나누는 대화들이다. 등장인물들이 다들 직장인들이다 보니 주말에 모일 수는 없고, 가장 약속이 한가한 화요일 저녁이 적합할 거 같았다. 여섯 명의 독자가 늦은 저녁에 풀어가는 이야기, 그래서 <육인야화>였다.


어느 날 주방에서 부엌칼을 들고 도마에 야채를 썰다가 문득 떠오른 소재였다. 역량만 된다면 스릴러로 길게 연재해보고 싶었다. 하지만 나의 역량의 한계와 독자님들의 차가운 외면 속에 의욕 상실, 결국 나는 중간쯤에서 길을 잃어버렸다.


그래도 어떻게든 써야만 했다. 넘어져서 부러진 다리를 꽁꽁 동여매고 질질 끌면서 걸어가는 기분이었다. 아~이 뻔뻔함.. 뻔뻔하고 창피해도 할 수 없었다. 내가 스스로 시작한 일이었다. 내가 책임을 지고 마무리를 해야 했다.


어제로서 브런치 입문한 지 백일이 되었다. 요즘 애들 백일 기념하듯이 나도 혼자서 기념될만한 짓을 하면 좋을 텐데, 백일날 엉터리로 작품을 끝맺었다. 깡소주라도 들이켜야 할 판인데, 느닷없이 눈에 다래끼가 났다. 코로나 시대엔 위생에 각별해서 눈병마저 드물었다는데, 별일이다.


브런치 입문하면서 나 자신과 약속을 했었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글을 써서 올리겠다는 약속이었다. 그 약속을 지키려고 내 안에 있던 쬐끄만 언어의 우물을 너무 열심히 길어 올렸나 보다. 나는 어느새 밑바닥을 드러내는 텅 빈 우물을 바라보고 있다.


내게 글 쓰는 작업은 이성이 아니라 감성이 동력으로 작용한다. 내 감성에 가득 고인 우물이 흘러넘쳐야 글이 잘 써진다. 거기에 이성적인 사유가 감성의 고삐를 틀어쥐고 있을 때, 그나마 읽을만한 글이 탄생되는 것 같다. 탄생~쓰고 보니 너무 거창한 말이다. 아직 내겐 어울리지 않는 고급진 단어처럼 들린다. 작품의 탄생~


너무 쉽게 글을 쓰는 게 결국 문제가 된 것 같다. 문장의 호흡도 짧은데 추진력도 덩달아 짧. 지구력도 짧고 의지력도 짧다. 늙어서 그런가 멀쩡했던 키마저 작아 보인다. 아이디어만 좋으면 뭐하겠는가, 끝까지 밀어붙여서 끌고 가는 힘이 달리는데 말이다.


나는 누구처럼 글 쓰다가 이빨이 빠지는 그런 사태는 피해 가고 싶었다. 치열하게 작업한 결과가 신체를 훼손하고 건강을 위협하는 것이라면, 그런 글쓰기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냥 재밌고 신나게 글 쓰기를 하고 싶었다.


다시 새로운 각오를 다지고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새로운 시도래 봐야 크게 별다를 게 있겠는가. 또 나 혼자 궁싯거리고 혼자 재밌는 걸 찾게 되면 낄낄거리기나 할 것이다.


어젯밤 의기소침해 있는 나에게 마법 같은 선물을 친구가 주었다. 친구가 나에게 물었다. 너는 왜 글을 쓰냐고. 내가 대답했다. 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많아서.. 마음 깊은 곳에서 전해지는 용기와 사랑~ 영란아, 나 그거 먹고 지난밤 푹 자고 일어났다. 고마워, 다시 힘내 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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