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후 네시, 불현듯 붕어빵이 먹고 싶어졌다. 애가 들어선 것도 아닌데 난데없이 붕어빵 생각이 간절했다. 그러고 보니 <마스다 보고서>에서 수치로 제시된 "지방 소멸 위험지수"에서는 가임여성의 기준을 39세 이하로 보고 있다고 들었던 기억이 떠오른다.
술자리에서 그 얘길 들은 후, 바로 검색해서 확인해보고 내가 어이없어 웃은 적이 있었다. 보고서에선 가임여성이 아니라, 국가가 출산을 장려하는 여성의 나이를 그렇게 기록한 것으로 보였다.
지방 소멸 위험지수란 65세 이상 인구 대비 가임 여성의 비율로 측정되는 수치로서, 지방 소멸 지수의 수치가 낮으면 30년 이내 해당 지역이 없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마스다 보고서는 우리나라보다 훨씬 앞서 고령화가 진행되었던 일본에서 2014년 5월에 발표된 보고서이다. 고령화와 저출산 문제는 하나의 지방도시가 사라지는 것 이상으로 매우 심각한 문제임에는 틀림없다.
지방 소멸 지수에서 거론되고 있는 가임여성의 기준을 한참 벗어나 있다고 해서, 내 또래의 갱년기 여성들이 모두 비가임 여성들이라고 말하는 건 옳지 않다. 꼭 젊은 여성만이 국가적으로 유익한 건강한 아기를 출산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저출산 문제야 이제 자식 세대에게 맡겨야 할 문제이고, 우리는 건강 보존을 염려해야 하는 나이인 것만은 분명하다.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려면 우선 결혼제도부터 없애야 하는데, 이 또한 내가 관여할 주제는 아닌 것 같다. 사회복지의 길은 참으로 끝도 없이 멀기만 하다.
동네 마트에 다녀오는 길에 붕어빵을 사 올 생각이었지만, 하필이면 붕어빵 마차가 서있는 곳이 6차선 대로 옆이라서 잠시 정차도 하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저녁밥을 안치고 된장찌개를 후딱 끓여놓았는데도 여전히 붕어빵 생각이 났다. 기어이 걸어서 다시 붕어빵 마차를 찾아갔다. 왕복 6차선 도로 건너편에 붕어빵 마차가 보인다. 횡단보도 앞에서 초록불을 기다리며 서있는데, 여주 전원주택으로 이사 간 친구가 불쑥 생각이 났다.
그 친구도 붕어빵이 갑자기 먹고 싶어지면 어쩌지? 시골로 이사 갔으니 붕어빵도 마음대로 못 먹겠구나 싶어 안쓰러운 생각마저 들었다.
친구는 파티시에 자격증이 있다. 붕어빵보다 몇 배는 고급스러운 빵을 직접 구울 줄 안다. 그녀가 서울 살림을 정리하고 여주로 이사간지 이제 열흘 되었다. 아직 가보진 못했지만, 분명히 그림 같은 집에서 살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어제는 그녀가 마음에 걸렸다. 붕어빵은 바로 구워 뜨끈뜨끈한 걸 먹어야 제 맛이 나는데, 여주 시골에서 이런 붕어빵을 먹어볼 수나 있을까..
붕어빵 하나에도 친구 생각이 나고, 저출산 고령화 나라 걱정이 되고, 마스다 보고서 한국판 개정에 대한 필요성이 떠오르고, 갱년기 여성들의 건강과 행복에 대한 생각에까지 미치는 걸 보니 또 한 살 먹나 보다.
해마다 12월에는 온갖 잡념들이 뒤엉켜 내 머릿속에서 둥실둥실 떠다닌다. 다들 똑같이 늙어가는 건데, 나 혼자만 늙어가는 것 같은 이 허전한 마음은 무얼까.
십이월 이십일 오후 여섯 시 반, 붕어빵 봉지는 손에 들려있는데 아파트 정문 앞에 장식해놓은 블루 크리스마스트리가 우울한 저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