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도라지

새벽 다섯 시, 시험 보는 꿈을 꾸다가 잠에서 깼다. 요즘 브런치에 글을 쓰며, 나 혼자서 굉장히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반증이다.


그런데 예전에는 주로 어려운 수학 문제를 풀지 못해서 시험지 앞에서 당황하고 좌절하는 꿈을 꾸었는데, 오늘 새벽꿈은 요상하게 꿈의 양상이 바뀌었다.


수험생들이 잔뜩 몰려있는 교실에 각자의 책상으로 작은 상자가 하나씩 전달되고, 그 상자 속엔 '보증서' 내지 '사용설명서'같은 종이가 사각 모양으로 접혀 있었다. 나는 그 종이를 무심코 어딘가에 내던져 버리고, 상자 아래 시험지에만 집중하려고 했다.


어라, 그런데 시험지에 문제들이 읽히지가 않는다. 뒤늦게 나는 내가 무심히 버린 종이가 개인별 접속 코드임을 알게 되고, 부랴부랴 시험 감독관의 허락을 받아 상자를 배포한 회사에 전화를 걸어 내 수험번호를 확인시키고 접속 코드를 알아내려고 했다. 그러다 잠에서 깼다.


잠결에서도 앞으로 세대는 이렇게 개인별로 주어진 접속 코드에 연결해 커닝도 할 수 없는 시스템 속에서 시험을 치르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동일한 문제가 스무 개 있다면, 개인마다 순서가 바뀐 문제들이 배치된 개인별 시험지를 각자 접속해서 들어가는 방식이다. 스무 문제의 정답은 동일하기에 순서가 바뀐 시험지라 해도 결괏값에는 문제 될 것이 없는 시스템이다.


내가 이 나이에 꿈속에서 시험 치는 것도 억울한 기분인데 새로운 시험 시스템 속에서 접속 코드를 잃어버리고 당황해하는 꼴이라니, 꿈에서 깨어나서도 황당한 기분에 어처구니가 없었다. 브런치 작가로 처음 시작할 땐 마냥 신나고 재밌기만 했었는데, 이젠 꿈속에서 21세기형 최첨단 시스템 시험까지 치러야 할 만큼 스트레스받고 있는 것이다.


아마도 그런 꿈을 꾼 건, 어제저녁 텔레비전에서 본 <해리포터: 호그와트 토너먼트>의 영향 때문일 수도 있다. 그리고 친구와 나눈 톡 대화에서 '요즘 시대에 작가들은 어떻게 변해가야 하는가'라는 문제에 접근해서 생각했던 까닭일 수도 있다.


그래서, 나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서 나에게 질문을 던져보았다. 나는 왜 글을 쓰는가? 처음 구독자 0의 작가로 시작할 때와 구독자 30의 작가로 글을 쓰는 지금과 달라진 것은 무엇인가? 나는 앞으로 어떤 글을 쓰고 싶은가? 독자의 반응과 상관없이 그래도 계속 글을 쓰고 싶은가?


그리고 내 안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집중해본다. <나는 글을 쓰고 싶다> 그래, 다른 모든 것을 떠나서 이 하나의 목소리만으로도 나는 살아있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내가 원하는 길을 가고 있으면, 그게 내 삶의 의미가 되는 것이다. 평생을 타인의 시선 따위 의식하지 않고 살았다. 하물며 내가 가고 싶은 길을 가는데 남의 시선과 반응에 신경 쓸 게 뭐 있겠는가.


나는 원래부터 또라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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