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로로 - 입춘
에필로그
https://youtu.be/kIiW3XRP7bU?si=QNghzi4NQ6sXdbjq
나는 개두술을 받으면서 자연스럽게 정신과 협진 상담도 함께 받게 되었다.
"아무래도 대백님, 우울증이신 것 같습니다. 개두술 이후엔 자연스러운 현상이에요."
그렇게, 나는 자연스럽게 우울증 진단을 받았다.
이후부터는 우울증 약 없이는 하루하루를 버티기 힘들게 되었다.
서울대 병원은 회사에서 너무 멀어, 지금은 그냥 회사 안에 있는 정신과에서 진료를 받고 있다.
주말이 되면 나는 기를 쓰고 서울로 올라가려 한다.
우리나라는 너무도 ‘서울공화국’이다.
내가 좋아하는 영화 모임,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자리, 내가 살아있다고 느끼는 문화들…
전부 다 서울에 있다.
나는 영화 보고 이야기 나누는 걸 너무 좋아한다.
그래서 서울로 갈 때면, 우울증 약을 꼭 챙긴다.
절대 잊지 않게, 언제나 마지막으로 확인한다.
“이건 꼭 먹어야 해…”
그런데, 그게 참…
이 약에 의지하고 있는 내 모습이 너무 슬프고, 한심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특히, 사람들 입에서, 혹은 인터넷 자살 기사 댓글에서
"또 우울증? 그건 결국 그 사람 마음의 문제야. 약해빠져서 그런 거야."
이런 말들을 보면, 가슴이 너무 아프다.
난 어쩔 수 없이 걸린 거였는데,
물리적인 이유로 시작된 거였는데…
왜 아무도 이해해주지 않을까.
그렇게 살던 중, 저번주에 우울증 약을 깜빡 잃어버렸다.
허허, 큰일 났다고 생각했는데—
그날, 너무도 괜찮았다.
사실 예전에 한 번 약을 못 먹은 날, 하루 종일 죽고 싶었고
가슴 안쪽에 바위 하나가 턱 막혀 있는 기분이었는데,
그날은 달랐다.
오히려… 너무도 잘 잤다.
꿈도 꾸지 않고, 아주 평온하게.
왜였을까.
그날 내 마음속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나는 그날을 시작으로,
이유를 찾고 싶어졌다.
그래서 나는 이 이야기를,
내 투병기를,
내가 느꼈던 모든 부끄러움과 절망, 벅차오름과 회복의 순간들을
10편에 걸쳐 써보려고 한다.
최근에 내 꿈들이 구체화되기 시작했고,
ChatGPT의 도움으로 냐 소설속 장면들의 그림…
그 자체로도 너무 벅찬 일이었다.
하지만, 기쁜 이야기만 있는 건 아니다.
아프면서 정말 너무 힘들었던 일들,
내가 주변 사람들을 상처 준 일들 혹은 내게 상처 전 일들...,
친구와 싸운 기억들…
분명 내가 잘못한 일도 많았다.
그런데도,
약을 먹고,
음악을 듣고,
이야기를 머릿속으로 정리하다보면
조금씩, 조금씩 풀어졌다.
그렇게 약 2년을 버텼다.
엄마는 아직도 내 꿈에 부정적이지만,
1년 전 이런 말을 했다.
“그래, 꿈 꿔. 근데 네 인생은 아마 엄청 힘들어질 거야. 내가 장담한다.”
나는 가끔 생각한다.
만약 이 꿈이 없었다면, 나는 어떻게 되었을까.
그 생각이… 사실 좀 무섭다.
아무튼,
누군가는 보잘것없고 작아보일지라도
나에게는 벅찼던.. 그날의 사건이 있을 수 있었던일들을 풀어보려고한다..!!
이제서야 내 인생이 입춘에 들어선게 아닐까.. 혹은 아슬히 고개 내민 내게 첫 봄인사를 건네준것같았던 그 날의 순간을 10편으로 녹여볼까한다!!
다다음 주에 1편으로 만나요.
10편 연재, 도전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