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세상이 흐느적거릴 때
그게 갑자기 찾아온 건지, 아니면 어느 날 슬며시 스며든 건지는 잘 모르겠다.
확실한 건, 어느 아침 눈을 떴을 때부터 세상이 흐느적거리기 시작했다는 거다.
시야는 뿌옇게 번졌고, 사방이 춤을 추듯 흔들렸다.
당황한 나는 눈을 감았다 떴다 반복하며 괜찮아지길 빌었다.
종교도 없는데, 누구한테 빌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냥 너무 무서웠다.
그래도 ‘K직장인’이기에 회사를 가야 했다.
하필이면 평일이었고, 나는 평소처럼 출근 준비를 하고 회사 버스에 올랐다.
버스 안에서 조용히 검색을 했다.
‘세상이 흔들린다, 어지러움.’
가장 먼저 나오는 건 이비인후과 진료 권유.
거기서도 아니면?
그 다음은 너무 무서웠다.
회사 마치자마자 병원으로 달려갔다.
“이석증이에요.”
“흔한 병이고, 약 먹으면 금방 나아요.”
“열도 심하게 납니다.”
“해열제 처방해드릴게요.”
…그러나 내 증상은 낫지 않았다.
다음날 아침, 체온은 38도를 훌쩍 넘었다.
주말이었다. 누워서 생각했다.
‘그냥 한림대 병원 가보자.’
“입원하세요.”
“회진 돌 겁니다.”
응급실에서 CT와 MRI를 찍었다.
이윽고 백의의 무리가 들어왔다. 마치 하얀거탑처럼.
심장이 요동쳤다.
‘아 이렇게 죽는 건가?’
‘이렇게 많은 걸 못 해본 채… 그냥 좋은 회사 들어가려고 살다가 가네.’
“일주일 약물치료 후 퇴원하시면 됩니다.”
죽는 병은 아닌가 보다.
그럼에도 물었다.
“저 죽는 병인가요?”
“아뇨. 자가면역질환입니다.
신체 어느 곳에도 나타날 수 있는데, 대백님은 뇌에 발생해서
세상이 흐려지고 흔들렸던 거예요.
정확한 치료법은 없지만, 항암제와 스테로이드제로 조절 중입니다.
급성이라 매일 스테로이드제 13알씩 드셔야 해요.”
그렇게,
아무도 예고하지 않았던 내 투병기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