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수술 후 내게 일어난 일

by 대백

서울대병원으로 옮긴 뒤에도, 교수님이 고민하던 약물은 내 병에 효과가 없었다. 치료는 계속 엇나갔고, 마음은 조금씩 타들어갔다.


수술 후 내게 일어난 일


당시 내가 복용하던 약은 온몸이 붓는 약이었다. 몸은 부풀어 올랐지만, 마음은 반대로 야위어갔다. 방법이 없었다. 결국, 개두술을 하자는 말이 나왔다. 병원에서는 시술이라고 표현했지만, 갑작스럽게 머리를 열어야 한다는 사실이 너무도 무서웠다. 그건 분명, 큰 수술이었다.


그리고 그보다 더 큰 충격은, 수술 이후의 나였다.

몸은 살아 있었지만, 나는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된 것 같았다. 내가 좋아하던 것들—회사, 영화, 음식,음악—모두 머릿속에서 지워졌다. 내 존재가 증발한 기분이었다.


집중력도 무너졌다. 좋아하던 영화도 끝까지 보지 못했고, 만화책조차 버거웠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것도, 한 장면에 몰입하는 것도 힘들었다. 어느새 나는 그저 ‘해야만 하는 일’을 기계적으로 수행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수술

거울 속 내 모습도 낯설었다. 부풀어오른 얼굴, 탁한 눈빛, 무표정한 표정.

그보다 더 낯선 건, 그 얼굴을 아무 감정 없이 바라보는 나 자신이었다.

나는 작아졌고, 한심해졌고, 깊은 어둠 속으로 가라앉고 있었다.


그때부터였다. 진짜 투병이 시작된 건.


병원에서는 아무런 질문 없이 정신과 협진을 제안했다.

몇 마디 상담을 나눈 뒤, 의사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우울증일 수 있어요.”

처음엔 실감이 나지 않았다.

‘내가? 지금도 그냥 멍한데… 우울하진 않은데…’


하지만 약을 먹기 시작하자, 깨달았다.

하루라도 빠뜨리면 숨쉬기조차 힘든 날이 왔다.

나는 그렇게 우울증 환자가 되어 있었다. 매일 약을 찾으며 살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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