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웃는 할머니 앞에서..

추억을 만들어준 사람이 추억이 될 때...

by 대백

수술하고 내 꿈이 생기면서 왠지모를 벅참이 있었다. 그냥 좋았다. 그냥 대기업 들어간거에 만족하고 그냥그런대로 살다가 죽을줄로만 알았는데 이런 내가 꿈을 갖다니..!!

이런 생각을 가지면서 조금 혼자 들떴던거같다. 그렇게 하루하루 근근히 살아갔을때의 일이다.
이때 난 너무도 들떠서 시골에 갔다 온 엄마에게 내가 가지고 있는 생각과 이야기를 들려줬다.
엄마는 계속 시큰둥했다.

“대백아 너 방금 못들었니? 너네 아버지 보다 더 아랫사람이 아빠 위로 왔다고.”

엄마는 내가 그냥 어린아이처럼 집안 사정은 고려하지 않은채 자신의 꿈만 말한 자식이 한심스러웠을것이다.


그러나 내 얘기의 진심을 봐주지 않고 그저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엄마한테 적지 않은 실망을했다.


내 동생은 분명히 좋다고 했는데…

몇일 후 난 어느날과 다름없이 입원을했다. 다른 이들은 회사로 출근을 할테지만.. 결국 난 또 입원을했다.
그때 엄마에게 걸려오는 대구에서의 전화 한통..

외할머니께서 입원해있는 병원에서, 이제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전화였다.

엄마는 ”어떡해“ 하면서 병실을 나갔다. 엄마가 나가고 난 후 난 한참을 생각에 잠겼지만 이상하게 눈물이 나지 않았다.


이건 수술 후 후유증이라면 후유증인데 이상하게 눈물이 없어졌다.


슬픈영화를 봐도 슬픈 소설을 읽어도, 그리고 어렸을 적 함께한 기억들이 사라졌을때도, 그리고 네걑에 너무도 많은 분이 떠나갔다는 걸 자각했을때에도 마찬가지다…

그때 병실은 어두컴컴했고 지난 영화를 봤을때와 같이 그저 호스 소리, 삑삑 소리만 들려왔을뿐이었다. 그저 이게무슨 상황이지… 뭔가 말도 안되는 상황인거같았다.

난 어렸을때 할머니께서 키워주셔서 내 친동생, 사촌동생과 다르게 할머니와의 추억이 너무나도 많다.

”대백아 이제 들어가자~ 할미가 국시 해줄게~“
할머니가 좋아하는 대선후보가 당선됐을때에도 너무도 해맑은 표정으로 웃으시던 할머니에게도…
”엄마 그리 좋나“
”좋다~“


손자 똥닦아주는 할머니


할머니와의 추억이 긷들여진 장면이 하나하나 떠올랐는데, 이상하게 이 상황이 너무도 잘 안와닿았다.


심지어 엄마는 이런 상황에서도 그냥 심드렁한 표정을 짖는 나를 보고 더욱 슬퍼하셨던거 같다. 엄마는 나를 남기고 대구 장례식장으로 홀로 가시고 아빠가 대신 병원에 오셨다.

그러고 그 다음날 아침 교수님의 회진이 있었다.
교수님은 내게 와서 조용히 내 어깨를 토닥이시면서


”대백님 들었습니다. 어제 할머님 돌아가셨다고…“
”네“
그러면서 조심스럽게 말씀하셨다.
”몸은 괜찮으세요?“
”네… 이상하게 잘 슬…픔을 못느끼겠습니다.“
교수님이 이 말에대한 답변을 늘어놓으셨는데 기억이 안난다….
그다음 답변으로..
”대백님 원래 이번 주말 끝나고 퇴원하시는 일정이었는데 오늘 아침, 약 투여하고 바로 퇴원하세요. 할머니 뵈로 바로 대구 내려가세요“
”네 감사합니다.“

”아빠.. 할머니가 나 병원에 있는거 싫어하는거 아셨나보다. 그래서 빨리 퇴원하라고 하늘나라로 가신거 같네..“

그렇게 난 최대한 검은 색 옷을 챙겨서 바로 대구로 내려갔다.
그러고 장례식장에 들러 할머니의 영정사진을 보는데
그만 눈물이 터지고 말았다.
영정사진 속 할머니는 웃고 계셨다. 날 너무도 이뻐하신 할머니..
난 눈물을 참으려고 애썼는데 이게 왜 그러는건지 계속 눈물이 터져나왔다.
어렸을적 할머니와의 기억들이 마구마구 떠올랐다.
난 영정 사진 앞에서 “할머니가 해주시는 la갈갈비 먹고싶은데..그거 진짜 좋아했는데…”
그러자 옆에 있던 삼촌이


“야야 니 아직도 몰랐나. 그거 다 사온기다!!”

가족들과 난 순식간에 웃음바다가 되었다.
군인이었던 내 사촌동생과 그리고 대학생인 내 동생은 나와 다르게 무심해보였다.

그렇게 난 아프다는 이유로 근처 대구에 거주하시는 고모네에서 머물게 되었다. 고모는 나에게 침구류 그리고 못 다한 이야기를 하면서 재미나게 시간을 보냈다.
나는 외할머니께서 돌아가셨다는 사실이 계속 머리속을 맴돌긴 하지만 이윽고 마음이 편해졌다.
그러고 고모가 그랬다.
“대백아 아플때는 두손을 맞잡고 눈감고 간절한 마음으로 부처님을 외워보거라. 그러면 너 병이 사라진거같은 기분이 들거야”
“아 네 감사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말이 계속되었다.
이때까진 계속 나 스스로 ‘아 고모께서 어떻게서든 나에게 힘이 되고 싶으신가보다.’ 이런 생각으로 넘기려고 애를썼다.

그러다 내 수술 후유증이 일어났다. 내가 하고싶은 말을 해내고 마는, 그리고 못 참는 버릇이 튀어나온것이다.
부모님이 날 데리러 온 그 순간까지
“대백아 아까얘기한 부처님..“
”저기요 고모. 저 아직 할머니 돌아가신것도 다 속앓이 마치지 못했어요
정말 이 세상에 신이 있다고 생각하세요?“

이에 대해서 고모는,
”있지~ 우리 가슴속에!“

이 세상에 불만일대로 불만이었던 난, 고모는 그저 내 속은 고려하지 않은채 자신의 종교인 불교를 내게 전도하는것처럼 보였다. 정말인지 그 당시에는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이랬다. 그냥 다 부정적. 무조건 내 위주로 생각을하고..

그렇게 난 종교가 너무도 싫어하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그렇게 언젠가 스님에게 큰 도움을 받게 될거란것도 모른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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