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대백 Oct 20. 2024

낭만에 대하여2편

아빠는 꿈이 있었어??

지난 '낭만에 대하여' 1편에서 총 3부작을 기획하고 있고 2부에서는 아버지에 대한 얘기로 돌아오겠다는 얘기를 했다. 지난 낭만글에서는 낭만을 행하자는 뉘앙스를 풍기고 있었는데 갑자기 흘러나오는 빅나티의 노래에서 부끄러워졌다고 했다. '


https://youtu.be/inxkhsmsugY?si=VGSSQ2-Vv2g7C24n

지난 얘기를 잠깐 요약하자면 난 아무 생각없이 우리들의 낭만에 대해서 글을 쓰던 도중 어린 어른이란 노래에서 들려온 가사에 아빠가 생각났다.


현실이꿈이 되버린 난 영락없는 어른


짧게나마 우리 아빠 얘기를 하자면 아빠는 정말 가난한 시골집에 막내로 태어난 아들이었다. 총 6남매 막내 남자아이였고 당연히 시골집안에서는 그냥 당연히 농사일을 물려받는 게 당연시 되었다고 한다. 아빠는 후세에게 자신이 느낀 가난을 되돌려주기 싫었다고 하셨다. 고등학교는 공고를 가셨지만 가족들 몰래 대입공부를 하셨다. 결국 대학 합격을 하셨고, 이 일을 아신 첫째 형님은 아버지께 매우 호통을 치셨고, 할머니는 아버지를 몰래 방안에 들여 5000원을 쥐어주시며 "아가야, 이 어미가 줄 돈이 이것밖에 없구나. 어미가 못나 시골밖에 못 보여주어 미안하구나. 서울로 올라가 세상을 봤으면 좋겠구나" 하셨다고 한다.

그렇게 대학에 진학하여 열심히 공부한 아빠는 모 대기업에 당당히 입사하셨고, 어여쁜 엄마와 결혼하여 좋은 가정을 꾸리셨다.


아빠는 당당히 대기업에 가셔서 정년까지 일을 하시고 너무나 멋지게 은퇴를 하셨다. 듣기로는 회사에서 아빠에게 일을 조금만 더 해달라고 하셨다고 한다. 근데 아빠는 이제 더 이상은 회사에 있기 싫다고 현재는 시골에 집을 구하셔서 사신다.


근데 아빠는 시골에 내려가면 특이한 행동을 하신다. 지난 추석엔 날 제외하고 가족들끼리 시골집에 놀러갔는데, 난 동생에게 물었다.

"동생아, 엄마는 뭐해?" "엄마 바깥 풍경 보면서 커피마셔" "아빠는?" "몰라. 맨날 하는 거 있잖아. 또 그거 하고 있어" "또 풀 뽑아?" "어"


정말 이 행동은 우리 가족들 사이에서는 엄청난 궁금증을 유발시켰다. 도대체 아빠의 무한 풀뜯기는 무엇인가?

그렇게 계속 궁금증을 가지며 살다가 지난 봄 아빠와 단 둘이 일본여행을 다녀왔다. 정말 너무 굉장히 좋은 여행이었다. 거기서 들은 말이다.

"대백아, 나도 살면서 걱정 많이 하고 살아. 이제 너도 결혼할 시기이고, 네 동생은 이제 군 전역하고 취업을 해야 하는데, 나라고 뭐 걱정 안 하겠냐" "근데 그럴 때면 난 그냥 풀을 뽑아, 풀을 뽑으면 조금은 잡념이 사라져" "몰랐겠지만, 나도 너네 걱정 엄청해" 


그니까 어깨 피고 당당히 살아"

지난 주말 엄마와 밤에 커피를 마시며 한 대화다.

"엄마, 내가 지난 일본여행 때 아빠한테 들은 내용인데, 풀 뽑는 이유가 다 있더만" "참네 이유가 있었어?" "그래 어쩌구 저쩌구 이런 이유가 있었어, 아빠도 다 걱정하면서 산대" "참나, 그냥 말을 하지. 나한테는 쓸데없는 걱정한다고 하더만"

아빠란 사람은 우리 가족을 위해 너무나 큰 헌신을 하셨다. 그리고 그게 엄청나게 큰 일이라는 걸 최근 회사를 다니면서 더 크게 느낀다.

회사에 출근하자 퇴근을 하고 싶은 나는 해외 출장도 나가서 일을 하신 아빠가 대단해 보였다. 도대체 아빠의 낭만은 무엇이었을지 너무 궁금하다.

매일 새벽에 일어나 출근하고 매일 저녁 늦게 들어와서 씻고 바로 주무신다.

무엇일까. 다음에는 아빠랑 맥주한잔하며 "아빠는 꿈이 있었어?" 하고 물어보고 다시 돌아오며 낭만 3부작을 마치겠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