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할 방법을 아는 사람
나한테 육아는 육아가 아니라면 절대 경험할 수 없는 사고 체계의 전환을 경험하는 일이었다.
임신과 출산, 육아가 아니라면 내가 “나보다 더 중요한 존재”를 어디서 경험한단 말인가.
“나보다 더 중요한 존재”의 출현은 출산 전까지의 나를 이루고 있던 모든 축을 뒤집어 놓았다.
더 이상 원점이 내가 아니라 그 중요한 존재에게 나의 원점을 내어줬어야 하는 경험이었다.
내가 아니라면 생존할 수 없는 너무나도 소중한 존재.
그 책임감은 그전까지 내가 살면서 단 한 번도 짓눌려본 적 없는 무게였다.
무겁고 심각했지만 그게 아니라면 나같이 고집과 자기주장이 강한 인간에게 다시없을 인생수업을 준 이벤트이기도 했다.
어느 날 좋은 날 드라이브를 하다가 그 생각이 들어 문득 유니콘에게 말했다.
“자기야, 결혼까지는 내가 달라졌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던 것 같아.
심지어 너무 힘들고 아프긴 했지만 임신 열 달과 출산 당일까지도 내가 달라진다는 경험은 해본 적 없어.
근데 육아는 정말 판이 뒤집히는 일이야.
애를 낳아야 어른이 된다는 말이 정말인가 봐.
애를 키워본다는 건 정말 인생에 있어서 가장 역동적인 경험 같아.
나를 정립했던 여러 축이 뒤집하고 다시 새롭게 정립되는,
마치 우주가 다시 만들어지는 것 같은?
어쩌면 한 사람이 경험할 수 있는 극한이 육아로 완성되는 게 아닐까?
결혼을 안 했다면, 애를 낳지 않았다면,
지금 내가 체득하고 알게 된 것들을 모르고 죽었을 수도 있어.
얼마나 다행이야?
인생에 다 때가 있다는 게 그런 건가? “
운전을 하던 유니콘은 묵묵히 듣더니 입을 뗐다.
“아니야. “
“응? 아니야? “
또 무슨 반전 뷰를 선사하려나 기대를 품고 되물었다.
“당신은 결혼을 하고 애를 낳지 않았어도 거기에서 의미를 찾고 다행이라고 했을 거야.
‘결혼을 하고 애를 안 낳아서 내가 이런 걸 깨달았어!’ 하면서.
심지어 결혼을 안 했어도 그랬을 거야.
‘내가 결혼을 안 하는 바람에 이런 걸 알게 됐어!’
그냥 당신은 인생에 모든 순간에 충만할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는 사람이야. “
“음… 맞네. 큭…”
더 대꾸할 말이 없었다.
그렇다.
경험한 것을 두고 깨닫고 사고하는 그 모든 과정은
지금, 롸잇 나우, 충만하고 만족하고 행복하다면 그걸로 족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