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운맛 동포애
한국 사람에게만 있는 독특한 정서가 있다.
情이라는 정서.
그게 나 같은 사람에게는 계륵 같다.
그 따뜻함에 마음이 동해서
뭔가 나도 따뜻함을 갚아야 할 것 같다가
상대가 난데없이 서로 정을 주고받았으니
우린 이제 가깝고 친한 사이라며
낙타발 전법을 쓰는듯한 닉낌을 받으면
빠직! 살짝 감전되는 기분을 느끼게도 하니 말이다.
하지만 나이가 어느 정도 들고
마음의 여유를 만들 줄 아는 스킬을 연마하고부터는
낙타가 내 텐트 안으로 첫발을 들이미는 것 정도는
무리 없이 막을 수 있게 됐다.
그 여유가 생기니 방법도 생겨 일단 표면적으로는
정을 온전히 정으로 만끽할 줄 알게 되었다.
오늘 코슷코에 들어서자마자였다.
워낙 주차장이 협소한 지점이라
남편은 주차를 하고 들어오라고 하고 먼저 들어왔다.
하필이면 고른 카트가
바퀴 한쪽이 다른 쪽보다 덜 도는 그지 같은 카트라
‘이걸 바꿔와 말아’ 하면서 끌고 가고 있었다.
견과류 코너쯤까지 쭉 들어갔는데
초입에 시식코너 담당하시는 분이 나랑 눈이 딱 마주쳤다.
내 얼굴에 한국 사람이라고 쓰여 있는 걸까.
그분이 바로 한국말로
“이것 좀 드셔보시고 가세요!”
시식음식은 김을 동그랗게 호롱처럼 말아 구운
맥주 안주에 알맞은 간식 아이템이었다.
“아. 김인가 봐요.”
“아! 역시 한국분 맞으시네.
이게 매운맛이 더 맛있어요!”
매운맛은 캐네디언에게는 좀 많이 매울 수 있는데
한국 사람한테는 그렇게 안 매운 정도라는 설명이 이어졌다.
사실 난 시식을 하는 걸 별로 안 좋아한다.
하지만 나보다 연배가 있으신 분이 한국말로 권하시는데
거절을 할 수가 없었다.
“아 네. 맛있네요.”
”이거 주머니에 얼른 넣어요. 이게 매운맛이에요. “
시식코너 큰 박스에서 작은 개별포장 된걸 2개를 꺼내셔서
내 자켓 주머니가 훅 넣으셨다.
아…
시식에 쓸 걸 이렇게 패키지 째…
순간 당황을 안 할 수 없었지만
한국 사람이 한국말로 응대를 해주고
맛있다고 해준 데 대해
당신이 할 수 있는 가장 큰 정을 표현한 것이구나 느낌에
거절할 수가 없었다.
”아… 감사합니다.”
비록 계산을 하고 코슷코에서 나설 때까지
주머니에 있는 그 작은 두 패키지로
마치 페이 안 한 물건 짚어 온 듯한
마음 한구석 불편함은 있었지만
혹시 지나가던 그녀의 수퍼바이져가
그 일로 그녀를 내 앞에서 나무랐다면 난 아마
내가 요구했다고.
내가 그 물건을 사고 싶은데
시식이 더 필요했던 거라고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붙여서라도
그 정에 보답 하려 했겠지 라는 상상을 하며
차에 짐을 실었다.
집으로 오는 길에 그 간식 패키지가 생각이 났다.
”자기야. 한 번 먹어보자. 매운 게 더 맛있데. “
하고 포장을 까서 한 입을 배어 물었다.
”켁켁~ 크헉
자기야. 이거 개매워…“
얼얼한 혀 때문에 씁씁거리며
원산지를 확인하니
Made in Thailand
그 매운 태국 쥐똥고추로
한 땀 한 땀 양념해서 만들었나 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