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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razy ivan Apr 26. 2024

안 싸우고 지는 법

사랑과 믿음의 상관관계




어젯밤 남편과 와인을 마셨다.


둘이 와인을 마실 때면

물론 현실적인 얘기도 많이 나누지만

난 특히 철학적인 얘기를 나눌 때

그와의 대화를 더 사랑하게 된다.


보통 그런 대화는

둘 중 누군가의 질문으로부터 시작한다.

어제는 남편의 질문이 있었다.


“사랑이 먼저인 것 같아? 믿음이 먼저 인 것 같아?”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사랑”


“왜?”


“난 믿음이 생기려면 데이터가 필요한데

데이터는 수집하는데 시간이 걸리거든.

그 시간을 견딜 수 있는 힘이

나한테는 사랑이야.

사랑하지 않으면 난 기다리지 않아.”


매우 논리적이고

멋진 답을 한 것 같아 자못 뿌듯했다.


“그래. 당신 기다리는 거 싫어하지”

그가 끄덕이며 웃었다.


“당신은 뭐가 먼저인 것 같아?”


“나도 사랑이긴 한데 상관관계가 당신이랑 좀 다른 것 같아.“


“어떻게?”


늘 생각치 못한 흥미로운 답을 하는

남편의 답이 매우 궁금했다.

게다가 토픽이 그가 생각하는 사랑과 믿음이라니!


“당신은 사랑해서 봐준다? 느낌이잖아.

그래 내가 사랑하니 기다려준다.

상대가 어이없는 짓을 하면

뭐지? 왜 저러지? 한참 분석하고

‘아.. 그래서 그렇구나.’ 하면서

일련의 각종 데이터를 수집해서

‘결론적으로 믿을 수 있겠군!’ 한다는 거잖아.“


“그렇…지. 당신은 어떤데? “


왠지 내가 자못 뿌듯해 했던 나의 답을

짜투리 별책부록으로 만들 것 같은 답이 나올 듯한 불안함과

일면 약간의 기대감으로 얼른 물었다.


“난 사랑을 하면…

상대가 이해가 안 가는 일을 했을 때

‘저러는 이유가 있겠지.’ 하는 것 같아.

난 사랑과 믿음이

그냥 같이 시작되는 거겠지?


옛날에 물리학에서 이런 일이 있었거든.

양자역학 초창기에

양자역학 말도 안 된다던 아인슈타인이

양자역학이 옳다고 했던 보어에게

자기한테 양자역학이 옳다는 사실을

이해시켜 보라고 했을 때

보어가 그랬어.


‘당신이 이해를 할 수 있던 없던 nature가 그런데

내가 양자역학이 옳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왜 당신을 이해시켜야 하냐’고.


사랑하는 사람이

내가 이해 안 가는 행동을 했다고

그게 그 사람의 책임도 아니고

나를 이해를 시켜야 할 책임이 있는 것도 아니지.

그건 그냥 사랑하는 상대의 네이쳐인거고

그 사람의 네이쳐를 이해를 하고 못하고는

내 능력인거지.”


남편의 이야기를 듣고

이해하느라 시간이 걸렸다.


그의 답이 내 답보다

더 논리적인지는 모르겠으나

더 성숙한 답인 것은 분명했다.

.

.

.

.

.

”와인 좀 더 줘봐.


왜 싸우지도 않았는데

진 것 같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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