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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낮밤 Feb 01. 2023

돌봄에는 휴일이 없다 1

설에 만난 한 어른은 DINK(Double Income No Kids-맞벌이이며 아이가 없는 형태의 가족)가 이기적이라고 말했다. 그 순간에 나는 누군가 말려 놓은 곶감을 맛나게 먹으며 아이를 낳고 키우기가 경제적으로 큰 부담이며 육아를 경제활동보다 한참 업신여기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아이를 낳지 않는 것에 대해 적어도 비난은 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설이 지나고 집에 돌아와 인스타그램을 열었다. 바로 다음 날 안락사 예정인 개들의 사진이 보였다. 위로 팍팍 올려 치던 손가락을 멈추고 옆으로 움직여 사진을 넘겼다. 인간의 선택을 받지 못해 ‘내일 죽을’ 어린 개들의 얼굴이 참 수두룩하기도 했다. 

퍼뜩, 보호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정확히는 보호자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설에 했던 생각과 모순적이게도, 보호할 능력이 된다면 보호해야 할 책임과 의무를 함께 가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꼬리를 물었다. 원래라면 '개'라는 종과 '인간'이라는 종이 얽혀 살면서 얼마씩 나누어 사용했을 이 토지에서 더 이상 자립적으로 살아갈 수 없도록 밀어내고 몰아낸 것이 우리 인간이니까.


누군가의 보호자가 되기 전에 돌봄을 해보면서 내가 부양자로서의 역할을 잘 수행해 낼 수 있을 것인지 판단해 보기로 했다. 호더에게서 구조되었거나 버려진 고영희들과 개들이 거주하는 마이크로 생츄어리(micro sanctuary-개인에 의해 운영되는 보호소)를 알게 되었다. 활동가의 건강문제로 인해 공백이 생겼다. 이렇게 연약하고 위태로운 돌봄은 한편으로 또 끈질기고 강해서 나를 찾아냈다. 생명을 돌보는 일에는 휴일이 없기 때문에. 맡은 일은 단순하다. 함께 살며 먹이고, 재우고, 운동시키고, 치우는 일이다.


큰 몸집의 개들을 산책시키고(=매달려서 이리저리 끌려다니고) 다음 날 뻐근한 몸과 팔의 통증과 함께 기상하며 오랜만에 돌봄의 감각을 온몸으로 느낀다. 스트레칭을 하고 잘 걸 그랬다.


내가 지금껏 경험한 돌봄이란,

보답을 기대하지 않으며 순전히 대상의 생존 또는 평안을 위해서 에너지와 시간을 사용하는 것.

들인 노력이 무색하게도 고작 몇 시간이 흐르면 원상 복귀되어 그대로 다시 반복해야 하는 것.

언제 어떤 형태로 들이닥칠지 모르는 세상의 혐오로부터 대상을 지키는 것.

묻고 흐르고 터지고 튀어버려서, 곧 마칠까, 하면 삽시간으로 불어나는 것. 그 가운데에서도 어쩔 수 없음을 인정하고 묵묵히 하나씩 해 나가는 것.

지속가능성이 생명인 것. 

하지만 애정이 전혀 없이 의무감뿐이라면 지속 가능하지 않은 것. 

하지만 함께, '팀'이라면 가능한 것.

그렇게, 눈에 띄지 않지만 서로를- 이 모든 것을 지탱하는 것.

그것이 바로 '돌봄'이다.

 



 

돌봄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어떠한가요?

돌봄 이야기는 2편으로 이어질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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