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그림은 제 카톡 프로필 사진입니다. 어떤 그림으로 보이나요?
나는 내 마음에 심취해서 그림을 그리고 마음에 들어서 프사로 해 놓았는데 얼마 전 새로 연락하게 된 어떤 사람이 이 그림을 보고 피부 표현이 무섭다고 해서 좀 놀랐다. 아, 나는 세상 편안한 그림이라고 생각했는데 보는 사람에 따라 또 이렇게 받는 느낌이 크게 차이 날 수 있구나.
꽤 오래전에 그린 그림이고 꽤 오랫동안 프로필 사진이었는데 한 번도 질문을 받은 적이 없었다. 익숙한 그림을 형식을 말로 바꾸면서 풀어내는 것이 낯선 작업이었다. 상대가 과연 이해할까? 하면서 언어로 표현 양식을 바꿔 꺼냈다.
구불텅거리는 선은 존재의 복잡성을 표현한 것이에요. 달팽이의, 나무의, 돼지의, 인간의(나의) 복잡성이요. 우리의 복잡성이 다르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자 납작하게 보였던 것들이 구불텅구불텅 입체적으로 보이기 시작해요.(사실 이제 더 실험하거나 확인할 것도 없이 밝혀진 것들에 기반하여 대상화를 깨고 인정만 하면 되는 단계라고 생각합니다) 인정에서 더 나아가 신뢰관계를 쌓아서 서로 기대 있는 편안한 모습을 그린 거예요. 기대어 앉아있는 것은 상징적인 모습이에요.
중학생 때까지 신앙을 가지고 있었던 나는 ‘내가 생각하는 에덴의 모습’이라는 표현이 뇌리를 스쳤지만 에덴은 이미 깨어진, 오래전 떠나온 과거이기 때문에 관뒀다. 인간은 에덴을 떠났지만 에덴은 아직 실존할지도 모른다. 오히려 더 풍요로운 곳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다만 인간이 그곳으로 다시 돌아가려면 한껏 겸손해지고 동물 중 한 종으로, 거대한 하나의 공동체를 망치지 않고 함께 사는 법을 배우고 장착해야 할 뿐일지도. 그렇게 되면 에덴으로 다시 돌아가는 문이 열릴지도 모른다.
내 친구 중 한 명은 이 그림을 보고 나름대로 해석을 마치고 그림이 좋다고 했다. 아마 비슷한 것을 보고 떠올리며 살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