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라는 말은 생각해볼수록 이상하다.
땅에 사는 자들을 땅고기라고 불리지 않는데 어째 물에 사는 자들은 물고기란댜? 그 말이 물고기의 삶을 생각하지 못하게 하는 것 같아서 물고기를 '물살이'라는 말로 바꾸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물살이는 물+살이. 말 그대로 물에서, '살아가는 이'라는 의미다.
말을 바꾼다고 곧바로 우리의 관계가 바뀌지 않는다. 물살이라고 천 번은 불렀지만 나는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수조를 내려 바라보는 수조 밖의 인간이다.
나는 나이가 들어 죽을 때까지 한 번이라도 다른 인간들과 빼곡하게 수조에 갇힐 일이 있을까?
(상상)
-게 님, 저와 당신은 무엇이 다르죠?
-인간 님, 많은 것이 다르죠. 다리도.. 눈도.. 입도.
-그런데 그 다름이 당신이 겪는 것을 정당화하나요?
-당신은 왜 거기에 저는 왜 여기에 있나요. 왜 당신은 여기에 올 수 없고 저는 거기로 갈 수 없을까요.
-게 님과 저를 가르는 허구적인 선. 넘어가고 싶어요. 발로 지워 없애고 싶어요. 저는 절대 당신보다 우월하지 않아요. 배가 고픈데 당신을 먹고 싶지 않아요. 제가 마음대로 당신을 가두고 해할 수 있는 이유같은 게 없어요. 그럼......
그 선은
어떻게 지울 수 있나요? 어떻게 넘을 수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