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와 밥을 먹었다.

by 낮밤

그것도 단 둘이. 사실 이건 굉장히 이례적인 사건이다. 두 해에 한 번쯤 있을 만한 일. 엄마는 내심 우리가 친밀한 관계를 맺어가길 바라는 듯하는 목소리로 "둘이 같이 밥 먹고 들어와"라고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엄마가 원하는 것에 대해서 나는 보통 잘 따르진 않지만 다행히 이건 나도 동하는 제안이다.


나도 언니와 서로 의지하면서 살아갔으면 좋겠다. 위급할 때는 서로를 부르고, 남에겐 어려운 부탁도 하고, 부탁을 받으면 약간 무리하더라도 들어주는 식으로 말이다. 우린 각자의 삶을 살기에 바빠서 초등학생 때 이후로 같이 논 적이 없었다. 같은 학교를 다닌 적도 없었다. 그래서 좀... 가끔 만나도 둘이 있으면 서먹하고 예의를 차리는 사이다. 그렇게 스물 아홉과 서른 둘이 되어 있다.


난 멀찍이 우리 언니의 능력과 지혜와 진실됨을 알고 있다. 그래서 그를 '취업시장의 기준'으로 인정해주지 않아 사회 문제적인 '무직 청년'으로 일축해 버리는 것에 화가 자주 난다. 그는 내가 만난 사람 중 가장 신뢰로운 사람이다. 그래서 언니가 살았으면 좋겠다. 언니도 살고 싶어지고 싶어서 책을 읽는다고 했다.


"언니, 나 고민이 있어."

친해지는 데에는 고민 상담이 최고다. 이렇게 말하고 뜸을 들이면 궁금하지 않더라도 무조건 물어보라는 뜻이다.

"뭔데?"


"관계가 어려워. 사람들과의 관계."


"어떻게 어려운데?"


"난장판이야. 좋아하면 의심하고, 날 좋아해도 의심해. 그러니까... 내가 누구를 좋아하거나 호감을 가지면 상대방이 조금이라도 무심하거나 표현이 뜸해지면 아, 끝났구나, 하고 나 혼자 마음을 정리하기 시작해. 반대로 좋다고 다가오면 왜 그런 건지 속셈을 의심부터 해."


"음... 나도 그래."


언니는 너무나 담담하게 그게 우리의 원가족 가정환경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이혼을 했으면 나았을 거라고. 한 번도 안정적인 시절이 없었지 않냐고. 거의 매일 큰 소리로 싸웠잖느냐고. 관계를 믿지 못할 수밖에 없다고.


높은 언성의 싸움, 쥐 죽은 듯이 살짝 들어가곤 했던 집, 현관문과 방문이 쾅쾅 닫히던 날들을 잊을 순 없지만, 더 심한 가정도 많을 뿐더러 그걸 문제의 원인으로 지목하면 가족을 원망하게 되고 얽매여 나아지지 못할까 봐 최대한 그때와 연관 짓지 않으려고 해 왔는데.


나는 중학교 때 잠시 도망치듯 기숙학교로 갔지만, 남아서 둘을 중재했을 언니는 더 진하고 아프게 그 속에 살았다. 나도 고등학생 때 학원이고 학교고 어른인 선생님들을 붙잡고 둘의 관계에 대해 상담했던 게 기억난다. 그건 그들의 일이니까 신경 쓰지 말라는 말을 들었었다. 그런데 같이 사는 집인데 어떻게 신경을 안 쓰나?


언니와 한 끼의 밥. 와중에 우연찮게 서로가 상태 확인 정도를 한 것뿐이지만 그래도 그대로 의지가 된다. 나와 비슷한 사람이 한 명 더 있다는 것이, 내 탓이 아니라고 하는 것 같아서. 언니의 설명처럼 담담하게 사실의 눈을 바라보니 변화의 시작점이 가까이 있었음을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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