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임상심리학자라는 꿈

나를 통해 남을 이해하고자 하는 과거 여행기.

by 포비아

0. 경영학에서 심리학으로의 전환

고등학교 3학년 어떻게 보면 '수능'이라는 목표에 '나'라는 존재에 대한 이해가 없던 시절, 나는 남들이 좋다고 하는 경영학 전공에 지원했었다. 하지만 보기 좋게도 '불합격'을 하면서 재수를 시작했다.


그리고 '나'에 대한 고민을 같이 시작했다. 나는 무엇을 좋아하나? 나는 어떤 일을 하고 싶은가?..

어린 시절부터 꾸던 꿈은 '남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자'였다.

(나 스스로 왜 이러한 가치를 가지게 됐는지는 사실 아직도 의문이다.)

또한 나는 불안이 높은 사람이었고, 이로 인해 일상에서 많은 심리적 어려움을 경험하기도 했던 사람이기도 했다.

(병리적 수준은 아니지만, 기질적으로 위험회피 성향이 높은 사람이다).


이러한 나에 대한 작은 이해와 재수 시절 공부가 끝나면 보던 닥터프로스트 라는 웹툰을 통해 임상심리학이 만나게 되면서 심리학을 공부하고 싶어졌다. 꿈에 대한 결정의 trigger가 웹툰이라는 것이 너무 사소한 계기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되돌아 생각하면 큰 결정은 어떤 사소한 이유로 결정을 하기도 했던 것 같다.

그리고 재수의 끝에서 결국 심리학을 전공하게 됐다. 다행히 내향적이고 '나는 왜 이렇게 불안하지'가 고민이었던 나에게 심리학 전공은 재밌는 학문이었다.


어떻게 보면 나에 대한 이해가 없던 시절의 불합격이 전화위복이었다.

(대학에서 경영학 관련 교양수업에서 유독 성적이 좋지 못했다).


그렇게 심리학이라는 사람에 대한 이해를 전제로 하는 학문에 대한 흥미는 '나에 대한 이해'에서부터 시작이 됐다.

(문제는 아직도 나라는 사람을 잘 모르겠다. 그래서 글을 통해 내 생각을 쓰고 이를 통해 나를 이해하고자 브런치 스토리를 시작했다.)

1. 임상심리전문가 과정의 시작, 대학원 과정

앞서 말한 것처럼 사소한 계기로 결정했던 심리학 전공은 분명 학문으로 공부하기에 흥미로운 전공이었다.


하지만, '직업'으로 임상심리를 선택하는 것은 나에게 또 다른 문제였던 것 같다. 아마 이 직업을 선택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하는 고민일지도 모른다. 임상심리전문가가 되기 위해 석사를 거쳐야 하고, 수련을 거쳐야 하기에 너무나 큰 기회비용은 부담이었다.


고민하는 나에게 교수님이 해주셨던 말씀은 '이 결정으로 무엇인가 포기해야 한다면, 하지 않는 것이 더 좋을 수 있다. 그리고 친구들은 차를 사고 집을 사는 시기에 너는 공부를 하고 있을 텐데 괜찮을 것 같은지?'를 말씀해 주셨다. 사실 이 당시 이 말이 크게 와닿지 않았다.


천문학자인 심채경 박사님도 대학원을 고민하는 학생들에게 '나의 모든 기회비용을 다 투자하고 희생할 만큼 스스로 이걸 가치 있다고 판단하는지?"를 스스로에게 물어보라고 한다.

(사실 대학원 때보다 수련에 들어가서 친구들과 비교하며 그때서야 이 말이 이해가 됐고, 이게 '가치'에 대한 질문이라는 것을 그 당시에 몰랐다. 어리석게도 몇 년이 지나 수용전념치료를 배우면서 더 명확히 이해했다).


나는 이 당시 임상심리학을 통해 나와 같은 사람들을 도와주는 것이 더 가치 있는 일이고 내가 즐거울 수 있는 일이라고 '예상'했다. 이 당시 나는 나를 돈 욕심이 별로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다. 사실 이때 결정은 이성적으로 비용과 가치를 계산해서 결정했다기보다 감정적으로 이게 더 나에게 맞을 것이라는 근거 없는 판단에 기반했다. 가끔 나는 MBTI의 J에 해당하지만 중요한 결정들을 충동적으로 하기도 한다. 물론 그 이전에 여러 고민을 전제로 하지만..

(이 예상은 안타깝게도 반만 맞았다. 어느 일이든 매너리즘은 오는 것이고 현실의 벽은 모든 의욕을 꺾기도 하는 것 같다. 중도 제 머리를 깍지 못한다고 정신과에서 일하면서 나는 주요우울장애를 경험하기도 했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함을 내 감정적 판단을 통해 해소하고 들어간 대학원 과정은 생각보다 실무와 거리가 멀었고 연구 위주로 돌아갔다. 그렇기에 내가 원하는 것들을 충분히 경험해 볼 수 없었으나, 그래도 내가 원하는 길에 한발 자국 다가가고 있다는 점을 위안 삼았던 것 같다. 그리고 미래에 방향을 단기적으로 정하여 불확실함을 해소하니, 4학년 시절보다 대학원과정이 마음이 더 편했었던 것 같다.

(여전히 불확실함이 싫다. 심리학을 통해 '수용'이라는 개념을 배우고도 여전히 여러 현실적인 불안들을 수용하는 것이 쉽지 않다. 수용에 대한 개인적 생각은 이후에 기술할 예정이다).


그렇게 대학원을 졸업하고 수련 과정에 들어갔다. (글이 너무 길어져 이후에 기술하도록 하겠다)


글을 쓰면서 든 생각


1. 나는 스스로 모순적인 사람이라고 생각이 들기도 한다.

스스로 내향적이라 사람들하고 있는 것을 불편해하면서도 사람과 보다 적극적으로 상호작용을 해야 하고 늘 낯선 사람을 만나야 하는 일을 선택하기도 하고, 혼자 있는 것을 불편해하기도 하고..

새로운 것을 시작하는 것을 무서워하지만, 지금처럼 글쓰기라는 새로운 활동을 하면서도 즐거워하는 내가 있다.


결론: 이처럼 사람이란 복잡하고 고정되어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심리평가보고서를 쓸 때 너무 단정적이고 편협한 시각으로 환자나 내담자를 보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문득 든다.


2. 나는 이성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했지만, 중요한 순간의 판단은 결국 감정, 즉 직관이 필요한 것 같다.

글을 쓰다 보니, 중요한 순간 난 늘 이성적 마음에 기초해서 최종결정은 직관(감정)을 통해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노벨상을 수상한 경제학자인 허버트 사이먼 교수도 의사결정에서 감정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하였다. 최근 MBTI가 유행하면서 T인지, F인지를 통해 자신의 성향을 드러내기도 하면서 서로 반대되는 개념 같지만 이 두 가지는 서로 보완적인 관계이고, 심리학에서 말하는 '심리적 유연성' 개념처럼 사고채널과 정서채널 중 한쪽만을 선택하는 것은 단점이 더 크게 작용할 수도 있다.


결론: 감정을 비성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우리의 의사결정에는 감정과 이성 모두 필요하다. 의사결정과정에서 감정을 배제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동시에 '심리적 유연성'을 가져갈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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