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남의 것

by 이칸 eKhan



이름을 불러다오


스산한 바람이 골목을 스친다. 제법 가을이다. 하루를 마치고 집으로 향하는 길, 오늘은 발걸음이 조금 가볍다. 저녁빛이 창문마다 머물고, 골목마다 냄새가 배어든다. 조금 더 추워지면, 사람들은 더 서둘러 집으로 돌아가겠지. 따뜻한 불빛 속으로.


문득 아이들 웃음소리가 들린다. 골목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을 향해 엄마가 소리친다.


“○○야, 그만 들어와. 저녁 먹자.”


해 질 무렵, 집 밖에서 노는 아이를 부르는 풍경. 이젠 조금 낯선 장면이지만, 어쩐지 마음이 움직인다. 저녁(夕), 입(口)으로 누군가를 부른다. 그게 이름(名)이다. 이름을 부른다는 건, 기다림이고, 사랑이다.


하루를 정리하며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의 이름을 부른다는 것. 그건 마음이 머무는 곳을 확인하는 일이다.

오늘 저녁엔, 당신 곁의 이름들을 한번 불러보자. 조용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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