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시작
아직 시계를 내려놓기엔, 마음이 너무 분주하다
대학을 졸업하고 첫 직장에 들어간 날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나이는 60이 되었다.
시간은 늘 그렇게 간다. 예고도 없이, 속도 조절도 없이.
정년이라고 부르기엔 조금 애매한,
하지만 분명히 “이쯤이면 됐다”는 눈빛을 뒤로한 채
나는 회사를 나왔다.
정년 아닌 정년.
그 말속에는 참 많은 것이 들어 있다.
수고했다는 말도 있고, 이제 비켜달라는 말도 있고,
아직 쓸모가 있는데라는 억울함도 있다.
막상 떠나고 보니 마음이 편할 줄 알았다.
알람 없는 아침, 회의 없는 낮, 눈치 보지 않는 저녁.
그런데 이상하다.
몸은 쉬는데 마음은 계속 출근을 한다.
뉴스를 보다가도, 길을 걷다가도
‘이건 내가 하면 더 잘할 텐데’라는 생각이 슬며시 고개를 든다.
한편으로는 또 이런 생각도 든다.
“이제는 좀 쉬어도 되지 않나.”
아침 햇살을 느긋하게 맞고,
아무 목적 없는 산책을 하고,
해야 할 일보다 하고 싶은 일을 생각해도 되는 나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요즘의 나는 참 모순적이다.
다시 일하고도 싶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도 싶다.
사회에 완전히 남고 싶지도,
완전히 떠나고 싶지도 않다.
아마 이 마음은
아직 끝내지 못한 인생의 문장 때문일 것이다.
마침표를 찍기엔 하고 싶은 말이 남았고,
그렇다고 새 장을 열기엔 조금 두렵다.
그래도 다행인 건,
이 미련과 회한이 아직 살아 있다는 증거라는 점이다.
아직 세상과 나 사이에
미묘한 긴장이 남아 있다는 뜻이니까.
오늘도 나는
일을 할까, 쉴까를 고민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결정을 못 한 채로도 하루는 흘러가고,
그 하루가 또 나를 조금씩 앞으로 데려간다.
아마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완전히 내려놓지도,
끝까지 붙잡지도 않은 채
그저 나답게, 이 나이를 건너가는 것.
60의 나는
아직 퇴직하지 않았다.
다만, 속도를 조금 줄였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