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을 얻기 위해 이력서를 쓰고, 자기소개서를 쓰고, 경력을 쓰고...참, 써야 할 게 많다. 이쯤 되면 ‘글빨’ 없는 사람은 사회생활 하기도 힘든 세상 아닌가 싶다. 특히 요즘엔 경력직만 고집하는 회사들도 많다. 마치 사람을 처음부터 ‘스킬 풀 장착’ 상태로 태어난 존재로 착각이라도 하는 듯. 누가 태어날 때부터 엑셀 고수에 팀플 마스터인가? 다 배워가며 하는 거지. 그래서 괜히 서류를 넘기며 속으로 중얼거리게 된다. “씁쓸하네…”
더 흥미로운 건, 우리나라 자기소개서 문화가 꽤 독특하다는 점이다. 직무에 대한 얘기는 뭐 그렇다 치자. 근데 자라온 환경, 성격, 인간관계까지 풀어내야 한다. 그것도 ‘타인의 시선’으로 나를 서술하는 방식으로. 즉, 나는 어떤 사람인가보다 남들이 나를 어떻게 봤는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어릴 때부터 우리는 얼마나 남의 눈치를 많이 보며 자라왔는지를 자기소개서 한 장이 고스란히 말해주는 셈이다. "나는 내 방식대로 떳떳하게 살고 싶다."
이런 생각이 들어도,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다. ‘자소서 적합형 인간’이 되어야 취업시장 입성이 가능하니 말이다. 그렇다 보니 자기소개서 첫 문장은 대개 이렇게 시작된다. 대한민국 청춘 10명 중 8명은 아마 이런 식일 거다.
“저는 엄격하신 아버지와 자애로우신 어머니 사이에서 3남 2녀 중 막내로 태어났습니다.” 정말이지, 이쯤 되면 궁금해진다. 대한민국의 아버지들은 왜 전부 그렇게 엄격하신지, 어머니들은 왜 그렇게 자애로우신지.
혹시 전국 부모님이 한 트레이닝 센터에서 교육받는 건 아닐까?
누군가의 자소서를 읽다 보면, 갑자기 나도 모르게 중얼거리게 된다. “이 정도면... 나도 막내일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