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카가 결혼을 한다.
나이를 먹어가며 결혼식 참석이 더 이상 낯설지만은 않다. 조카의 결혼식은 성대하지도, 그렇다고 지나치게 조촐하지도 않은—의미 있고 경건한 결혼식이었다.
두 사람이 만나 사랑하고, 그리고 결혼한다.
‘결혼식’이라는 의례를 통해 두 사람은 하나가 되겠다는 약속을 여러 사람 앞에 공적으로 선언한다. 그 단순한 형식 속에는 인생의 방향을 함께 묶겠다는 결심이 담겨 있다.
이런 생각이 든다.
결혼식을 올리는 당사자에게는 가슴 벅찬 새 출발의 의식이겠지만, 객석에 있는 하객들의 마음은 과연 어떨까?
수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간다.
내 결혼식이 떠올랐고, 그 이후 살아온 시간의 흔적들이 겹쳐진다. 만나고 헤어졌던 사람들, 곁에 함께 서 있는 아내의 얼굴, 내가 걸어온 길들이 시간의 순서도 없이 영화 필름처럼 ‘스르륵, 스르륵’ 소리를 내며 지나갔다. 55년의 시간이 단 55초도 되지 않는 속도로.
오늘 하객으로서 마주한 이 결혼식은, 내 세대를 다음 세대에게 이관하는 하나의 ‘의식’처럼 느껴진다. 내가 살아온 흔적과 맺어온 인간관계, 일구고 가꾸어 온 모든 것들을 이제는 다음 세대에게 공식적으로 넘겨주는 자리 말이다. 더 이상의 아집도, 더 이상의 야망도, 더 이상의 미련도 남김없이 내려놓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중년을 지나 노년을 맞이해야 하는 또 하나의 관문, 하객으로서의 결혼식은 그런 의미를 품고 있는듯하다.
결혼은 늘 미래를 향한 의식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하객이 되어 보니, 그것은 동시에 과거를 정리하는 자리였다.
나는 오늘,
한 세대를 살아온 사람으로서 내 삶의 시대를 내려놓고 다음 세대의 등을 조용히 그리고 묵직하게 밀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