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 끝자락, 오랜만에 스파게티나 먹자는 말에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고 중심상가로 향했다. 이런 게 소소한 행복이겠거니 하며, 괜히 발걸음도 살짝 경쾌했다. 그런데 문제는, 모든 사람들이 스파게티를 먹으러 나온 날이었다는 것이다. 식당 앞 복도는 이미 대기 명단이 가득하고, 사람들은 앞치마 두른 채 줄 서 있는 것 마냥 다들 배고픈 눈빛으로 자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조금만 기다리면 되겠지' 하고 어디 보자, 스마트폰이라도 들여다보려던 찰나 내 발 위로 툭, 누군가의 발이 살짝 올라탔다.
놀란 눈으로 고개를 돌리니, 옆에 줄 서 있던 한 여성. 사람에 밀렸는지 실수였는지, 아프지도 않았고, 상처도 없었고, 그냥 뭐, 그럴 수 있지 싶은 정도의 가벼운 접촉이었다. 그래도 혹시나 해서 그 여성을 바라봤다. 뭐라도 한마디, “아, 죄송해요” 정도는 나오겠지 싶어서. 그런데 참 나 그녀의 눈빛은 내 예상과는 정반대였다.
말없이, 아주 강력하게, 날 뚫어져라 쳐다보더니 그 눈빛 속엔 이런 메시지가 담겨 있었다. “아니, 거기 왜 발을 두고 있어? 밟히고 지랄이야?” 잠깐 발은 내가 먼저 두고 있었고, 밟힌 것도 내가 맞고, 정신적으로 상처 입은 쪽도 나 같은데 내가 잘못인가? 그 순간, 화가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나는 지금 어른이고 싶은 중년이다. 그래서 꾹 참고 또 참았다. 그리고 생각했 다. 저 사람들은 내가 아내랑 같이 있었음에 감사해야 하고, 내가 나름 지성인이라는 점에 더더욱 감사해야 하며, 내 아내의 착한 마음씨에 진심으로 절해야 한다고. 아내가 없었더라면?
내가 평소보다 조금만 더 날이 서 있었더라면? 글쎄 그날 스파게티 대신 사회교육 특강이 열렸을지도 모른다.
요즘 세상, 정말 염치 없는 사람이 너무 많아 졌다. 발을 밟고도 당당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밟힌 사람이 괜히 미안해지는 세상이 됐다. 그저 안타깝다. 스파게티는 맛있었지만, 염치는 어디 로 갔는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