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옷걸이

by 이칸 eKhan

인생을 뭐에 비유할 수 있을까?


사람들은 주로 바둑, 골프, 마라톤 같은 스포츠에 비유하곤 한다. 아무래도 승패가 갈리고, 전략이 필요하고, 끈기가 요구되는 그런 구조가 인생과 닮아 있어서일 거다.


그런데 나는 종종 이런 생각을 해본다. 우리의 인생은 어쩌면 ‘옷걸이’ 같은 게 아닐까? 잠옷이 걸리면 잠옷걸이, 양복이 걸리면 양복걸이, 목욕탕 수건이 걸리면 수건걸이. 같은 옷걸이인데, 무엇이 걸리느냐에 따라 역할이 달라지고 위치도 달라진다. 그 옷걸이 자체는 변한 게 없다. 색깔도, 재질도, 생김새도 그대로다. 하지만 거기에 어떤 옷이 걸리느냐에 따라
어느새 고급스러운 드레스룸 한켠에 놓이기도 하고, 때론 욕실 한 구석에 쓸쓸히 매달리기도 한다.


사람도 비슷하지 않을까? 우리 각자도 하나의 ‘옷걸이’다. 거기에 어떤 직함이, 어떤 책임이, 어떤 이름표가 걸리느냐에 따라 사람의 말투도 달라지고, 걸음걸이도 달라지고, 심지어 표정조차도 바뀌는 걸 보면 말이다.

하지만 문제는, 일부 옷걸이들이 잠시 걸린 양복 하나에 정신을 못 차린다는 거다. 마치 그 양복이 자기 몸의 일부라도 되는 양, 종신임명이라도 받은 듯 굴기도 한다. 그러다 어쩌다 양복이 벗겨지고 나면? 한순간이다.


그 많던 고개 끄덕임, 예우, 대우는 온데간데없고 그저 철제 옷걸이 하나 남는다. 진짜 무서운 건 그 다음이다. 조심 안 하면, 고급 양복 걸던 옷걸이가 분리수거함 위에서 철거 직전을 맞을 수도 있다는 것. 그러니 우리 모두 조금은 겸손해질 필요가 있다. 양복이 걸려 있다고 옷걸이가 위대한 것도 아니고, 수건이 걸려 있다고 덜 소중한 것도 아니다.


언젠가 다시 걸릴 또 다른 옷을 위해, 조용히, 튼튼하게, 자리를 지키는 그런 옷걸이 같은 사람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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