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우리 가족은 비엔나로 향했다.
오래 알고 지낸 친구가 우리를 자신의 집으로 초대했다.
공항에는 그가 직접 나와 있었다. 반가웠다. 오래된 시간만큼이나.
도시는 조용했고 공기는 차분했다.
이국의 겨울은 늘 그렇듯, 말수가 적었다.
다음 날, 친구는 급한 회사 일로 하루를 비워야 했다.
우리는 셋이서 시내를 걷기로 했다.
아내와 아들, 그리고 나.
친구 집 주소는 ‘1번가’였다.
쇤브룬 궁전을 찾았다.
넓은 정원과 오래된 건물들이 조용히 시간을 견디고 있었다.
화려했지만 과하지 않았고, 단정했다.
우리의 궁궐과는 또 다른 결의 품위였다.
해가 기울 무렵, 돌아갈 준비를 했다.
1번가를 찾아 발걸음을 옮겼다.
조금 걷자 ‘1번가’ 표지판이 나왔다.
그쪽으로 들어섰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다른 1번가가 나왔다.
조금 더 가니 또 하나가 있었다.
거리는 점점 어두워졌고, 사람은 드물어졌다.
아내와 아들의 말수가 눈에 띄게 줄었다.
이상했다.
1번가가 이렇게 많을 리 없었다.
결국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수화기 너머에서 그는 우리가 너무 멀리 왔다고 했다.
나는 속으로 고개를 갸웃했다.
분명 기억 속의 길을 그대로 따라왔는데 말이다.
잠시 뒤, 친구의 차를 타고 우리는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따뜻한 실내에서 와인을 따르며 하루를 정리했다.
사정을 들은 친구가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비엔나에는 ‘1번가’가 많은 게 아니라,
내가 본 건 ‘Einbahn’이었고 그건 ‘1번가’가 아니라
‘일방통행’이라는 뜻이라고.
아——.
짧은 영어 실력과 더 짧은 독일어 실력이 만나
우리 가족을 잠시 길 잃은 여행자로 만들어 놓은 밤이었다.
그래도 살아 돌아왔으니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