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의 辯

― 이름을 부르는 일에 대하여

by 이칸 eKhan

‘독립운동가’, ‘독립운동 정신’, ‘독립운동의 역사’.

말은 익숙하고, 발음은 부드럽다.
그러나 그 단어를 오래 바라보고 있으면 어딘가 모르게 불편한 기척이 스친다.
너무 온화한 이름이기 때문이다.


‘운동’이라는 말은 본래 몸을 움직이는 일이다. 건강을 위해 걷고, 땀을 흘리고, 반복하는 행위.
일상의 리듬 속에서 스스로를 단련하는 움직임이다.

그런데 우리는 언제부터 총을 들고 맞섰던 투쟁을, 고문과 처형 앞에서도 물러서지 않았던 싸움을
이 단어로 부르게 되었을까?


윤봉길은 도시 한복판에서 스스로를 던졌다. 의열단은 죽음을 예감하며 방아쇠를 당겼다.
봉오동과 청산리에서는 실제 전투가 벌어졌고, 수많은 이름 없는 이들이 총성과 함께 쓰러졌다.

그 장면들 앞에서 ‘운동’이라는 말은 너무 조용하다. 너무 정제되어 있다.
마치 피 냄새를 지우기 위해 일부러 고른 말처럼 느껴진다.

아마도 그래서일 것이다.



우리는 오랫동안 이 단어에 익숙해지는 대신, 그 안에 담긴 현실을 조금씩 잊어왔다.

식민지배는 늘 언어를 먼저 바꾼다.
폭력은 ‘질서 유지’가 되고, 저항은 ‘소요’가 되며, 전쟁은 ‘사건’으로 낮춰진다.
그렇게 말이 순해질수록, 기억도 무뎌진다.



‘독립운동’이라는 말 역시 그 과정에서 굳어진 이름일지 모른다.
투쟁을 중성화하고, 전쟁을 도덕 교과서 속 이야기로 옮겨 놓는 말.

하지만 그들은 운동을 한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나라를 되찾기 위해 싸웠다. 살아남기 위해, 다음 세대를 남기기 위해,
돌아오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총을 들었다.

그래서 나는 가끔 생각한다. 이 역사를 부를 때만큼은 조금 불편해도 괜찮지 않을까 하고.


‘독립전쟁.’


그 단어가 불러오는 무게를 우리는 감당해야 하지 않을까.

이름을 바꾸는 일은, 역사를 다시 쓰는 일이 아니라 역사를 제대로 바라보는 일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앞에서, 우리는 조금 더 단단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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