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송년회
예순이라는 나이에 고등학교 동창들을 만났다.
젊을 때는 늘 바쁘다는 말로 서로를 미뤘고,
그 미룸이 어느새 습관이 되어버린 지금,
우리는 큰마음을 먹고 한자리에 모였다.
오랜만에 마주한 얼굴들은 낯설면서도 익숙했다.
부르기 어색한 이름들, 잠시 머뭇거리다 몇 잔이 돌고 나서야
얼굴이 이름을 따라왔다.
웃음은 점점 커졌, 취기가 오를 즈음에는
부딪히는 잔마저 어색하지 않았다.
술잔이 오가며 이야기도 자연스레 흘렀다.
무엇을 이루었는지보다
무엇을 견뎌왔는지가 더 많이 나왔다.
몸 이야기, 병원 이야기,
그리고 남은 인생을 어떻게 보낼지에 대한 이야기들.
예전 같으면 숨겼을 말들인데
이제는 굳이 감추지 않았다.
그게 나이가 주는 배짱인지,
아니면 체념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서로를 평가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이라는 건 분명했다.
어느새 시간은 자정을 넘기고 있었다.
시간이 흘렀다는 사실보다,
그 시간을 함께 보냈다는 사실이
괜히 마음을 든든하게 했다.
헤어질 시간이 되었지만 누구 하나 선뜻 일어나지 못했다.
미적미적.
다음 약속을 정하지는 않았지만,
그게 끝이 아니라는 건 서로 알고 있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문득 생각했다.
우정이란 자주 만나는 관계가 아니라, 오랜 시간이 지나도
언제든 말을 걸 수 있는 관계인지도 모른다고.
말이 많지 않아도, 굳이 애쓰지 않아도, 같은 시절을 건너왔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사이.
그런 관계가 두껍게 쌓인 눈처럼
조용히 마음에 내려앉았다.
다음 만남이 언제일지는 모른다.
다만 너무 늦지는 않았으면 한다.
서로의 얼굴에 시간이 조금 더 쌓이기 전에,
다시 한 번 아무 말 없이도
편히 앉을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