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이 반이다
우리는 '시작'을 대단한 결심쯤으로 여긴다.
마치 마음을 단단히 먹고, 인생 계획서를 새로 쓰고, 책상 서랍까지 다 정리한 다음에야 가능한 일처럼 말이다.
그런데 살아보니, '시작'은 그렇게 예고하고 오지 않는다.
대부분은 귀찮음과 미룸 사이에서
“에라, 모르겠다” 하고 몸이 먼저 움직일 때 시작된다.
의지는 늘 한 박자 늦다.
이미 출발한 버스 뒤를 보며 ‘아, 저거였구나’ 하고 깨닫는 느낌에 가깝다.
그래서 ‘시작이 반이다’라는 말은
절반을 해냈다는 뜻이라기보다
절반은 이미 고민하느라 다 써버렸다는 고백에 가깝다.
생각만 하다 하루가 가는 것도 은근히 체력이 든다.
이쯤 되면 이것도 일이다.
우리는 종종 준비가 안 돼서 못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준비된 사람이 되고 싶어서 시작을 미루는 경우가 더 많다.
나이가 들수록 ‘대충 시작하기’가 점점 어려워진다.
괜히 체면이 생기고, 괜히 기준이 높아진다.
그런데 막상 시작해 보면 알게 된다.
준비는 하면서 되는 거라는 걸.
하다 보니 감이 오고, 하다 보니 요령이 붙는다.
그리고 어느 순간 깨닫는다.
완벽하게 시작한 적은 거의 없었다는 걸.
시작하면 마음이 조금 가벼워진다.
일이 쉬워져서가 아니라,
더 이상 미루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그제야 일은 ‘큰일’이 아니라 그냥 ‘할 일’이 된다.
그래서 시작이 반이다.
나머지 반은 하다 보면 된다.
대부분의 인생 일이 그렇듯,
대충 시작해서 어쩌다 끝난다.
나도 그래서 어쩌다 어른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