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오면 어김없이 거리마다 전어 굽는 냄새가 퍼진다.
TV 속 계절 방송도, 포장마차 골목도, 수산물집 술집 거리도 모두 입을 모아 말한다. “지금은 전어구이의 계절입니다.” 처음엔 그저 평범한 생선구이 냄새일 뿐이라 여겼다. 하지만 골목 어귀에 발을 들이는 순간, 생각이 달라진다. 진한 고소함이 코를 찌르고, 옷깃에까지 스며든다. 그 냄새는 마치 “어서 집으로 돌아오라” 고 속삭이는 듯하다. 그래서 일까? “가을 전어 냄새에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는 말이 괜히 생긴 게 아닐 것이다.
그 며느리는 얼마나 힘들었을까? 모진 시집살이 끝에 모든 걸 뒤로한 채 집을 떠났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세게 다문 마음도, 이 계절의 냄새 앞에선 흔들렸을지 모른다.
전어구이 냄새는 단순한 향이 아니다. 그건 추억이고, 걱정이고, 결국 사랑이다. 문득 생각한다. 그 옛날 종가집 며느리는 과연 전어 한 토막이라도 편히 먹어봤을까? 식구들 밥상 앞에서 구워지는 전어를 마음 편히 바라볼 여유나 있었을까? 쌀쌀한 가을이 오면 겨울은 코앞이다. 두고 온 자식들이 더욱 눈에 밟히는 계절. 그 작은 입에 혹시나 전어 가시라도 걸릴까 걱정돼 밤잠을 설쳤을 그 마음.
전어는 잔가시가 많은 생선이다. 가는 가시는 그냥 씹어 넘기면 되지만, 굵고 억센 가시는 종종 목을 아프게 한다. 그래서 엄마는 늘 걱정한다. “애가 삼키다 목에 걸리면 어쩌나.” 전어구이 냄새는 그리움보다 더 깊은 감정이다. 타들어가는 마음, 두고 온 아이를 향한 뜨거운 사랑. 결국 그 냄새가 집으로 발길을 돌리게 만드는 게 아닐까?
가을 저녁, 골목 어귀를 채우는 전어구이 냄새는 그저 생선을 굽는 냄새가 아니다. 그건 엄마의 사랑 냄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