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말이 있다.
듣기만 해도 속이 시원한 말이다.
아무리 좋은 걸 담아도, 오래되고 낡은 틀에 넣어두면 그 ‘좋음’마저도 언젠가 퀴퀴한 냄새가 배어나기 마련이다. 그래서 우리는 종종 ‘새롭게 시작하라’는 말을 한다. 그런데 문제는, 누구나 말은 그렇게 하지만 정작 현실에선 헌 부대에 새 술을 기어이 쑤셔 넣고 만다는 데 있다.
기존의 관행, 익숙하지만 썩은 틀, 그걸 무시한 채 그냥 ‘그대로’ 일을 밀어붙이는 모습들을 보면 참으로 답답하기 그지없다. 몸도 씻고, 속옷도 갈아입듯이 제도도, 관습도, 시간이 지나면 당연히 새롭게 정비해야 한다.
변해가는 세상에 맞춰 기준도 바뀌어야 하고, 사람들의 인식도 반영되어야 한다. 그래야 그게 진짜 ‘새 제도’가 되고, 그게 진짜 ‘새로운 시작’이다.
자동차 이야기 하나 해보자. 차를 예쁘게 보이게 하려면 뭘 해야 할까? 광택제를 바른다? 아니다, 그 전에 세차부터 해야 한다. 제대로 씻기지 않은 차에 광택제만 잔뜩 발라봤자 결국 빛나는 건 '차체'가 아니라 '때'다.
그렇다. 때에 광이 나면 안 된다. 차라리 차체는 안 반짝여도 괜찮지만, 때에 광이 나면 그건 진짜 곤란한 일이다. 지금 우리 사회나 제도도 비슷하다. 기름칠만 잘하면 돌아가겠지, 위에서 반짝반짝 말만 바르면 괜찮겠지 싶겠지만 사실은 그 아래가 얼마나 지저분한지 가만히 들여다보면 금세 들통 난다. 광택제를 탓할 게 아니다.
먼저 씻고, 닦고, 정리하고, 비워야 한다. 그 후에야 비로소, 진짜 반짝이는 ‘새로운 광’이 날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