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환갑이라는 숫자가 익숙해질 무렵, 고등학교 동창회 소식이 들려왔다. ‘40년 만의 재회’라는 문구가 낯설고도 따뜻하게 다가왔다. 세월이 흘러 이름보다 얼굴이 먼저 낯설어졌을 그들이지만, 마음 한구석에서 늘 같은 모습으로 자리 잡고 있던 친구들이었다.
모임 장소에 도착하자, 들려오는 분주함과 웃음소리에 가슴이 따뜻해졌다. 그리고 그 사이로 하나둘 익숙한 눈빛, 익숙한 목소리가 스며들어왔다. “야, 너 정말 똑같다!” 이말은 내가 노안이라는 증거???^^
어색함은 처음뿐, 이내 우리는 18살로 돌아가 있었다.
누군가는 병원에서 은퇴를 앞두고 있었고, 누군가는 손주 자랑을 늘어놓았다. 시간은 우리를 많이도 데려갔지만, 가져가지 못한 것이 있었으니, 바로 추억이었다. 국어 시간 몰래 돌리던 쪽지, 운동장에서 친구 대신 뛰었던 체육 시간, 점심시간도 되기전 급히 까먹은 도시락하나까지. 웃고 떠드는 사이, 그 시절 우리가 함께했던 모든 장면들이 눈앞에서 한 편의 영화처럼 스쳐 지나갔다.
“우리, 이 나이에 다시 만나 이렇게 웃을 수 있다는 게 참 감사한 일이야.”
누군가의 말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젊은 날의 우리가 심은 인연이 40년의 시간을 건너 다시 꽃을 피운 것이다.
그날 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인생은 길고, 그 안에는 수많은 계절이 지나가지만, 학창시절 친구와의 인연은 여전히 봄처럼 따뜻하다는 것을. 그리고 그 봄은,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다시 찾아올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