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충 살아도, 생각보다 잘 버틴다.2

그래도 내일은 온다

by 이칸 eKhan

에필로그


하루를 잘 살았다고 하기 힘든 날들이 더 많았다.
대단한 선택을 한 것도 아니고, 뚜렷한 성취를 이룬 것도 아니었다. 그저 하루가 지나가고, 또 하루가 남았다. 그렇게 남은 날들 사이에서 나는 계속 있었다.


돌이켜보면, 버텨온 시간들은 대부분 조용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고, 스스로도 대수롭지 않게 넘긴 날들이었다. 하지만 지금, 그 조용한 날들이 없었다면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것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것들은 모두 크지 않다.
길들여지지 않은 프라이팬, 금이 간 머그컵, 잘 마르지 않는 수건, 맞추지 않은 의자 높이, 조금 늦는 시계, 정리하지 않은 서랍.
늘 곁에 있었지만, 굳이 말할 필요 없는.


그러나 삶은 늘 그런 것들로 이루어져 있다.
완벽하지 않은 상태, 정리되지 않은 마음, 조금은 어긋난 리듬. 그 안에서 우리는 매일을 살아낸다.

잘 해내지 못한 날도 있었고, 그냥 넘긴 날도 있었다. 그래도 하루는 끝났고, 다음 날은 왔다.


이 책은 위로하려고 쓰이지 않았다. 다만 확인하고 싶었다.
우리가 이미 하고 있는 일이 무엇인지, 이미 견뎌낸 것이 무엇인지.

오늘도 별일 없는 하루를 보냈다면, 그래도 그 하루가 가벼운게 아니라는 걸 알기를 바란다.

그대로 두어도 괜찮다고.

대충 살아도, 생각보다 잘 버티고 있다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게 버텼다는 뜻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도 내일은 온다.


그리고 우리는 또, 생각보다 잘 버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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