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기 상으로 대설(大雪)도 지나고 곧 밤의 길이가 가장 긴 동지(冬至)를 앞두고 있다. 예로부터 선인들은 동지(冬至)를 일 년의 시작으로 여겨왔다. 추분(秋分)부터 음(陰)의 기운이 왕성해지다가 동지를 기점으로 점차 음의 기운이 쇠하고, 양(陽)의 기운이 커져간다고 생각했다. 겨울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시기이지만 봄을 기다리는 맘이 동지부터 움트기 시작하는 것이다. 긴 겨울밤에 무얼 하면서 지낼까? 어릴 적 시골에서는 화로에 고구마나 알밤을 구워 먹으면서 옛날이야기를 듣기도 하고, 무를 구덩이에서 꺼내 와서 깎아 먹기도 했다. 아니면 뒷 광에 저장해 놓은 꽁꽁 언 홍시를 가져다 먹으면서 긴 밤을 이야기 꽃 피우기도 했다. 도시 생활을 하면서 밤을 낮처럼 활동하는 패턴이다 보니 겨울밤이 특별히 길다는 느낌은 없이 살아왔다. 다시 옛날로 돌아가고픈 정서를 시로 읊어 보았다.
이 시는 기구(起句)의 2번 자인 소(宵) 자가 평성(平聲)이라서 평기식(平起式) 칠언율시이다. 압운(押韻)은 ◎표시가 된 면(眠), 년(年), 연(煙), 변(邊), 전(傳)이고, 선운목(先韻目)이다. 각 구(句)의 이사부동(二四不同)·이륙동(二六同) 조건을 잘 충족하였다. 각구(各句)의 평측(平仄)도 전범(典範)에 맞추어 지었다. 어려운 시어(詩語)는 다음과 같다. 曼曼(만만)은 아득한 모양이나 길거나 넓은 모양을 나타낸다. 嬉遊(희유)는 즐겁게 노는 것을 말한다. 茶煙(다연)은 차를 달일 때 나는 연기를 말하므로 차를 끓이는 것을 나타낸다. 飽暖(포난)은 飽食暖衣(포식난의)의 준말로서 배불리 먹고 따뜻하게 입는다는 것으로 부족함이 없는 상태이다. 飢寒(기한)은 헐벗고 굶주리는 것이다. 逸興(일흥)은 남다른 흥취를 말한다. 須臾(수유)는 잠깐을 말한다. 窮硏(궁연)은 깊이 연구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