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 11월 27~28일 양일간에 걸쳐서 서울에 20cm의 눈이 내렸다. 11월의 눈으로는 117년 만의 최고 기록의 적설량이고, 겨울 기간 중으로 보아도 역대 3위를 기록했단다. 누구나 하얀 눈이 내리면 마음이 들뜨고 기분이 좋아지며 무언가 그리워지는 것이다. 아이들과 개들만 좋아하는 건 아니다. 첫사랑이 그리운 사람도 있고, 군 시절 제설(除雪) 작업이 생각나는 늙은이 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눈이 오면 올 때는 좋지만, 그 뒤치다꺼리는 힘든다. 첫눈이 워낙 많이 와서 설경에 대한 감회를 한번 읊어 보았다.
이 시는 기구(起句)의 2번 자인 화(花) 자가 평성(平聲)이라서 평기식(平起式) 칠언율시이다. 압운(押韻)은 ◎표시가 된 구(衢), 부(扶), 호(壺), 구(俱), 부(敷)이고, 우운목(虞韻目)이다. 각 구(句)의 이사부동(二四不同)·이륙동(二六同) 조건을 잘 충족하였다. 각구(各句)의 평측(平仄)도 전범(典範)에 맞추어 지었다. 어려운 시어(詩語)는 다음과 같다. 銀花(은화)는 은빛 꽃으로 눈을 이른 것이다. 塵衢(진구)는 먼지가 이는 거리를 뜻하는데, 속세의 세상을 말한다. 雪戰(설전)은 눈싸움이다. 共扶(공부)는 함께 도와주는 것이다. 錦帶(금대)는 비단띠를 말하는데, 여기서는 담장에 길게 덮인 눈을 비유한다. 醬甕(장옥)은 장을 담아 놓은 장독이다. 華壺(화호)는 꽃병이나 고운 병을 말한다. 喧騷(훤소)는 시끄럽게 떠드는 모양을 말한다. 杯盤(배반)은 술상을 말한다. 冬軍(동군)은 동장군(冬將軍)의 준말로 겨울을 말한다. 紛敷(분부)는 분분하게 널리 퍼지는 모양인데, 무엇이 무성한 것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