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 정교(政敎) 분리와 통일교 해산
쌈짓돈, 세뱃돈, 뭉칫돈, 검은돈, 종잣돈?
요즘 나라 안이 통일교의 정치권 로비 문제가 시끌벅적하다. 여야를 막론하고 많은 인사가 연루되어 특검을 하느냐 마느냐로 첨예하게 대립한다. 필자 금삿갓이 2013년에 경남 창원으로 근무지가 변경되어 갔더니, 현지 호사가들 말이 연차수당 안 받은 사람은 지역 유지 축에도 못 낀다고 했다. 근기법에서 정한 연월차 수당이 아니고, 그 당시 태광실업 박모 회장의 폭넓은 대외 로비력을 빗댄 말이었다. 지금 그런 상황이다. 엄밀히 말해서 통일교가 아니라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이고, 원래는 세계 기독교 통일 신령협회였다. 본부가 가평군 설악면 미사리에 있는 문선명(文鮮明)이 창시한 신흥종교 단체이다. 2021년 통계에 따라면 전 세계 194개국에서 활동 중이란다. 현재의 수장(首長)은 구속 수감된 한학자(韓鶴子)이다. 이 한학자의 개인 금고에 원화, 달러 등을 포함하여 현찰이 무려 300억 원가량 보관되어 있다는 풍문이고 보면 몇백만 원 정도 주고받는 것은 세뱃돈이라고 주장할 만하다. 문선명은 평북 정주 출신으로 1951년 부산에서 피난 생활을 하면서 <원리>라는 책을 집필하여 포교활동을 시작했다. 1954년 교단을 서울로 옮겨 기반을 확보하였다. 그 후 일본과 미국 등지로 교세를 확장하고, 1960년대는 승공(勝共) 활동을 벌이다가 1980년대 이후에 북한에 평화자동차 설립 등 대북지원 활동을 강화하기도 했다. 한 때 이 단체에서 각양각색 인종 간의 국제결혼을 수만 쌍씩 동시에 거행하는 등 센세이션을 일으키기도 했다.
통일교가 운영하고 있는 시설이나 단체, 기업 등을 보면 매우 광범위하다. 설악면의 본부 일대는 본향원(문선명 묘지), 천정궁, 천원궁, HJ천주천보수련원, HJ매그놀리아국제청심병원, 청심평화월드센터 등이 있고, 근처에는 청심국제중고등학교, 선학유피대학원대학교나 시설, 부동산들이 즐비하다. 교인들은 장락산을 흔히 천성산(天聖山)이라고 부르고, 그 일대를 본전성지(本殿聖地)라 칭한다. 이곳 본부 이외에 섭리기관이란 명의로 선학역사편찬원, 이음, AJ Korea, 천보교육원, 선문대학교가 홈페이지에 등록되어 있다. 방계 기업으로는 통일그룹, 일화 일신석재, 세일여행사, 용평리조트, 선원건설, 파인리즈 리조트, ㈜세일로, 일상해양산업, 카페 코나 퀸즈, 오션 프로비던스, Famsco, 신정개발, ㈜제이씨 등이 홈페이지에 등록되어 있다. 언론사로는 국내에 세계일보, 종교신문, Peace TV, 스포츠 월드 등이 있고, 해외에 UPI통신사, 뉴스월드, 워싱턴 타임스, 세카이 닛포, 미들 이스트 타임스, 티엠포스 델 문도 등을 운영한다. 학교법인으로는 위에서 든 것 말고도 통일신학교·선화예술고등학교·선정고등학교·선정국제관광고등학교·선화예술중학교·선정중학교·경복초등학교·선화유치원·유니버설 아트센터 등이 있다. 체육예술단체로 리틀엔젤스예술단·유니버설 발레단·성남 일화천마 등이 있다. 그 외에도 북한에서 평화자동차를 경영하다가 북한에 넘겼다는 설도 있고, 강남고속터미널 운영권도 신세계에 넘겼다는 설이 있다. 여의도 파크원 부지도 상당기간 통일교의 땅이었다.
우리나라에 등록 또는 파악된 사항만 이 정도인데, 해외의 상황은 정확하지 않다. 통일교 전체 신도가 약 330만 명 정도로 추산하는데, 일본의 통일교인이 한국보다 2배 많고, 한국을 제외한 외국 신도는 한국에 비해 10배 더 많다. 그러다 보니 일본과 미국에서 정치권과 매우 연계되어 있다. 2019년 7월 21일 일본 자민당 소속의 7선 의원 야나기모토 다쿠지(柳本卓治)가 가정연합 행사 때문에 충청도로 날아와서 행사에 참석하기도 하였다. 그는 일본 의원들을 대표해 연설하였다. 또 이날 교단이 주최한 '한·일 국회의원 외교현안 특별간담회'에 국제승공연합 회장을 역임한 가지쿠리 마사요시(梶栗正義)와 참석해 기자회견을 했다. 해당 간담회에는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들과 당시 자유한국당 국회의원들도 참석해서 행사장에서 의원들끼리 한일관계에 대한 회동을 가졌다고 한다. 2021년 9월 12일, 가정연합 산하 단체 천주평화연합 주최로 개최된 '싱크탱크 2022' 출범식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조제 마누엘 두랑 바호주 전 유럽연합 집행위원장, 훈 센 현 캄보디아 총리, 마키 살 현 세네갈 대통령, 데바 고다 전 인도 총리, 나타샤 미치치 전 세르비아 대통령 권한대행, 글로리아 아로요 전 필리핀 대통령, 오세훈 서울시장, 박형준 부산시장, 장현국 경기도의회 의장, 곽도영 강원도의회 의장, 이시종 충청북도지사, 양승조 충청남도지사, 송하진 전라북도지사, 이용섭 광주광역시장, 이철우 경상북도지사 등이 나와 연설을 해서 나름 화제가 되었다. ‘싱크탱크 2022’의 위원장이 반기문이었다. 이 날 말고 이전이나 이후에 열린 다른 싱크탱크 행사에서는 마이크 폼페이오 전 미국 국무장관, 마이크 펜스 전 미국 부통령, 마크 에스퍼 전 미국 국방장관, 짐 로저스, 데이비드 버즐리 현 유엔세계식량계획 사무총장, 정세균 전 국회의장, 사라 길버트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 백신 개발자, F. W. 더클레르크 전 남아프리카 공화국 대통령이자 노벨평화상 수상자 등이 연설을 했다. 2025년에는 일본 정부의 통일교 해산 시도를 규탄하는 행사에서 뉴트 깅리치 전 미국 하원의장과 JD 밴스 미국 부통령이 연설하기도 했다. 엄청난 인맥을 과시하는 모습이다.
필자 금삿갓도 한 때 통일교 인사와 대북 교류 업무를 한 경험이 있었다.(https://brunch.co.kr/brunchbook/north-korea 금삿갓의 평양 방문기를 참조하기 바람) 2004년 당시 평화자동차 박상권 사장과 교류인데, 그는 본인 말로는 미국 국적이라고 했다. 그쪽에서 먼저 접촉해 와서 다양한 일을 협업으로 하게 된 것이다. 그는 북한에서 자동차 제조 업무를 하면서 자본주의 바람을 집어넣겠다는 야심찬 계획이었다. 그래서 그를 한국권투위원회회장으로 추대하여 북한과 프로 권투 교류를 추진했다. 아무튼 그와 협력하여 북한 여자 권투 선수를 프로로 전향시켜 중국 심양과 북한 평양에서 여자프로 권투 경기를 몇 차례 개최하여 북한 체육계에 프로의 물꼬를 텄다. 경기 실황 방송은 조선중앙 TV와 KBS에서 방송하였고, 북한은 그 방송을 6번 재방송했다는 후일담을 들었을 정도이다. 그 후 2005년 8월 말 9월 초에 평양골프장에서 역사상 최초의 여성프로골프 대회 즉 KLPGA 대회를 3라운드 경기로 개최하고 이를 전부 KBS 1TV로 녹화 방송하기도 했다. 지금은 고인이 된 김정일 전 위원장 시절이었는데, 필자도 덕분에 평양골프장에서 라운딩을 해 보기도 했다. 준비 협의차 만난 북한의 아태평화위 참사들과 중국 심양골프장에서 같이 처음으로 라운딩 할 때 북한 공무원이 골프를 칠 수 있다는 사실에 필자도 깜짝 놀랐을 정도이다. 통일교의 로비력이 철의 장막 보다 더 두터운 북한의 방호막을 뚫고 프로 스포츠 교류를 성사시킨 것이다. 이런 처사를 보고 이들의 힘을 대강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러니 우리나라의 여야 정치권이야 그들의 자금력으로 요리하면 부처님 아니 통일교 총재님의 손안 든 공깃돌 보다 쉬웠을 수도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강한 어조로 정교(政敎) 분리와 종교단체 해산 등을 공언했다. 국교는 인정되지 않으며, 종교와 정치는 분리된다는 원칙이다. 맞는 말이다. 정교분리는 미국 헌법 수정 1조의 ‘교회와 국가의 분리’에서 출발해 세계적으로 일반화되었고, 프랑스는 1905년 교회와 국가 분리법으로 국가 세속주의를 확립했다. 국가는 종교활동을 행하든가 특정의 종교단체를 지지해서는 안 되며 종교단체도 정치권력을 행사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이다. 통일교의 정치 개입 의혹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겠다. 첫째는 정치 자금 제공 문제이다. 정치인에 대한 불법 뭉칫돈의 제공 또는 쪼개기 후원금을 불법으로 제공한 의혹이다. 이는 명백하게 수사를 통해서 정치자금법 위반이나 뇌물죄로 다스릴 수 있다. 둘째는 대규모 조직적인 정당 가입을 통한 정당 의사결정에 대한 개입 의혹이다. 종교인이 정당에 가입하는 것은 자유이다. 그러나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조직적으로 특정한 시기나 특정한 지역에 집중적으로 일어난 현상이면 문제가 심각하다. 지금 여권에서 임명한 특별검사의 수사 결과는 삼척동자가 보아도 편파적이고, 직무 유기 의혹이 상당하다고 의심할 수 있다. 그러니 차제에 엄정중립적인 특별검사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그러고 나서 불법적인 사실이 드러나면 그 결과에 따라 법적 절차를 거쳐 일본처럼 통일교 해산 처분을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어정쩡하게 말로 하다가 우리 편이 걸리게 되면 용두사미(龍頭蛇尾) 변하는 구태는 더 이상 용납될 수 없다.(금삿갓 芸史 琴東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