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 치매 머니(Dementia Money) 관리
나이가 일흔을 넘긴 사람들은 건강 걱정이 제일 앞서는 과제이고, 그중에서도 가족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병인 치매(癡呆) 증상이 공포로 다가온다. 필자 금삿갓도 이런 공포를 어제 느꼈다. 우리 집 내력은 금삿갓이 아는 한 치매 병력자는 없었다. 아버님은 치매 발병 연령에 훨씬 못 미치는 환갑 전에 별세(別世)하셔서 잘 모르겠지만 어머님은 백세를 사셨어도 정신이 너무나 또렷하시고 기억력이 너무 좋으셔서 도리서 자식들이 피곤할 정도였다. 그래서 치매 걱정은 없겠다고 다소 안심하고 좋아하는 술을 거의 매일 즐기며 살아왔다. 그러다 보니 뇌의 해마가 망가져서 단기 기억력이 젊은 시절보다 엄청 많이 망가졌다. 그래도 건망증(健忘症) 정도로 자위(自慰)하고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런데 어제 사소한 일이지만 너무나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주말 저녁이라 일찌감치 밖에 나가서 8 천보 정도의 산보를 하고, 저녁을 먹으려고 준비했다. 은퇴 후에는 우리 집 권력 서열 1의 눈치를 안 볼 수 없는 관계로 미역국을 데워서 한 그릇 대령해야 했다. 보글보글 끓는 미역국 냄비 뚜껑을 열고, 국자로 미역국을 떠서 그릇에 담을 때 일이 발생했다. 싱크대 위에 야채를 담으려고 전자레인지용 플라스틱 접시를 두었는데, 금삿갓이 뜨거운 냄비 뚜껑을 잠깐 이 접시 위에 올려 두었다. 그리고 미역국을 담아서 식탁에 가져다 두고, 냄비 뚜껑을 다시 냄비에 덮었다. 그리고 냉장고에서 야채통을 꺼내 야채를 접시에 담으려고 보니 플라스틱 접시가 온데간데없는 것이다.
분명 접시를 찬장에서 꺼내 거기에 둔 것 같은데 감쪽같이 없어진 것이다. 혹시나 해서 다시 찬장을 모두 열어 봐도 없었다. 건망증 많은 늙은 주부가 주로 하듯이 TV리모컨을 냉장고에 넣듯이 했나 싶어서 냉장고 도 모두 열어보아도 없다. 혹시 쓰레기통에 버렸나 거기도 보고, 서재에 가져다 두었는지 방에도 가보고 별별 곳을 다 찾아도 안 보였다. 금삿갓이 저녁 차리다가 말고 똥 마려운 개처럼 이리저리 쏘다니니까 권력 서열 1위가 왜 그러느냐고 묻는다. 뭐라고 말도 못 하고 혼자 낑낑거리면서 계속 찾았지만 별무허사다. 할 수 없이 야채를 다른 접시에 담아서 우선 저녁 식사를 시작했다. 식사를 하는 둥 마는 둥하다가 끝날 무렵에 자초지종을 얘기하고 접시를 어디다 두었는지 전혀 기억이 없으니 치매 초기 증상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스스로도 머리가 띵하고 가슴이 먹먹해지는 게 급격히 위축되는 기분이다. 그러니 집안에도 갑자기 먹구름이 꽉 드리워진다. 이건 그냥 일시적인 건망증이 아니라 한 시간이 지나도 전혀 어디 두었는지 기억이 없고 혼란스럽다. 대화 중에 사람 이름이나 무슨 단어가 갑자기 생각나지 않던 것은 잠시 다른 생각을 하면 다시 생각나게 되는데, 이건 차원이 다르다. 그냥 막막하고 깜깜한 밤하늘이 나를 둘러싼 기분이었다. 이제 차츰 내 인생과 주변을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뇌리(腦裏)를 스친다. 어차피 받아들여야 하는 길이지만 이렇게 급격히 다가오는가 하는 생각에 서글프기도 했다. 식사를 대충 마무리하고 다시 한번 더 기억을 떠올려 보고 집안 구석구석을 찾아보았으나 오리무중(五里霧中)이다.
이제 체념하자. 체념하고 내일이라도 빨리 병원에 가서 치매 검진을 받고 그에 따른 합당한 조치를 하자. 그렇게 마음을 굳혔다. 이 사건으로 세상에서 두 번째로 놀란 권력 서열 1위께서 설거지와 주방 정리를 하겠단다. 아무 생각 없이 식탁에 망연자실(茫然自失)하게 앉아 있는데, 갑자기 여기 있다고 소리를 지른다. 깜짝 놀라 뛰어가서 보니 그 플라스틴 접시가 미역국 냄비 속에 다소곳이 앉아 있었다. 이 무슨 조화인가? 시장판에서 야바위꾼의 눈속임도 아니고 말이다. 가만히 생각하니 얼핏 그 접시 위에 뜨거운 물기가 있는 큰 냄비 뚜껑을 올려놓은 것에서 힌트가 나왔다. 바로 그것이었다. 물기 있는 뚜껑의 단면이 접시 단면과 꽉 잘 맞았고, 뜨거울 때는 공기가 팽창되었다가 뚜껑이 식으면서 공기가 압축되어 접시가 냄비 뚜껑에 압착되어 붙어버린 것이다. 그래서 뚜껑을 옮길 때 떨어지지 않고 그대로 냄비에 소리 없이 미역국 속으로 떨어진 것이다. 이렇게 추리될 수밖에 없다. 귀신이 금삿갓에게 치매 증상 느끼라고 요술을 부린 것이 아니니까. 아무튼 접시를 못 찾은 것이 건망증이나 치매 증상은 아니고 냄비 뚜껑과 접시의 과학적 작용에 의한 것임에는 틀림없었다. 가슴을 쓸어내리는데, 금삿갓의 뒤통수로 권력 서열 1위의 비아냥이 쏟아진다. 맨날 자기의 건망증을 조롱하더니 쌤통이라고. 이제부터 평소에 치매에 대한 경각심을 조금씩 가져야 할 나이가 된 것이다.
중앙치매센터의 한국 치매현황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65세 이상 노인 10명 중 1명이 치매라서 환자수가 100만 명을 초과했다. 2050년에는 더 늘어나서 300만 명에 육박할 수 있단다. 치매 환자 1 명당 관리비용이 2023년 기준으로 2,639만 원이 든다. 이는 연간 평균 가구 소득 6,029만 원의 43.8%에 해당한다. 치매가 가정 파탄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래서 금삿갓도 인생의 삶과 주변을 정리해야 한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치매의 치료도 중요하지만, 이런 보이지 않는 치명적인 적(敵)인 치매로 인한 경제적인 모든 활동이 중단되는 것을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중요한다. 그것이 바로 치매 머니(Money)라는 것이다. 치매로 인해 판단 능력이 저하된 사람이 재산은 보유하고 있지만, 본인의 의사결정이 어려워지고 법적 제약으로 인해 사실상 사용되지 못한 채 묶여 있는 자산을 말한다. 치매가 진행되면 은행 계좌 거래에 제약이 되고, 어쩌면 계좌가 있는지도 모를 경우도 있다. 특히 부동산 매매나 임대 계약이 불가능해지며, 보험금 수령이나 투자 변경도 어려워지게 된다. 이렇게 되면 모든 재산이 묶이게 되어 그야말로 본인 재산으로 본인의 치료나 생활을 위한 지출도 제약을 받을 수 있게 되어 매우 심각한 상황에 처한다. 더구나 본인 명의로 재산이 있기 때문에 국가의 보호 대상에서도 제외될 수 있다. 더욱이 이런 치매 머니는 범죄자들의 표적이 되어 불법적으로 강탈당할 위험도 있다. 일본에는 이러한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는 법률적 제도가 있는데, 우리도 빨리 도입해야 한다. 첫째 성년후견제도(成年後見制度), 둘째 가족신탁제도, 셋째 국가 후견 지원제도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2023년 기준으로 치매·인지저하로 본인 명의 자산을 스스로 관리·활용하지 못해 사실상 묶여 있는 치매 머니는 약 154조 원으로 GDP의 6.4% 수준이다. 2050년에는 그 규모가 488조 원까지 증가할 전망으로, 2050년 예상 GDP의 15.6%에 해당한다. 국가 부(富)의 16%가 재투자 등 활용되지 못하고 고여 있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나 국가적으로도 문제이다. 일본의 경우 2024년 기준 65세 이상 비중은 29%를 넘었고, 2025년에는 국민 3명 중 1명이 노인인 사회가 된다. 평균 연령 49세로 인구 감소는 물론 부양 능력의 문제까지 발생 가능하다. 2012년에 일본 정부는 2025년 치매 환자가 7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는데, 최근 예방 의학의 발달로 이 수치는 많이 낮아져서 약 471만 명(후생노동성 전망)으로 잠정 집계하고 있다. 일본 가계 금융자산 2,000조 엔 중 약 60~70%를 60대 이상이 보유하고 있다. 이 막대한 자산이 소비로도, 투자로도 이어지지 못한 채 은행 금고 속에 갇혀있는 것이다. 우리도 노령화의 속도나 방향이 일본을 지향하고 있는 모양인데 사전에 잘 준비해야 할 것이다.(금삿갓 芸史 琴東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