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 신의 메신저 애로서(曖露書)

신을 대신하는 생명의 기원

by 금삿갓

Iris는 그리스 신화에서 무지개의 여신(女神)이다. 제우스와 헤라의 뜻을 지상에 전하는 전령(傳令)의 역할을 한다. 신이지만 신과 인간의 매개체 역할이 될 수도 있다. 신(神)이 인간을 포함한 만물을 창조했지만, 인간은 항상 여성을 통하여 재창조되고 있다. 즉 여성만이 생명을 잉태(孕胎)하고 출생시킬 수 있어서 오귀스트 로댕(Auguste Rodin)은 그렇게 이름을 붙였을 것이다. 보이는 조각은 그의 대표작 <아이리스, 신의 메신저>이다. 일반적으로 조각에서 여성의 생식기를 원초적으로 재현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조각의 원류인 그리스 조각을 전형으로 삼아 봉긋하게 솟은 유방(乳房)의 표현에도 그 기본형은 대개가 원뿔형이었다. 음부(陰部)는 대개 묘사랄 것도 없이 그저 매끈하게 처리가 되어 마치 타이즈를 입은 모델을 연상할 뿐이었다. 이 작품이 여체를 다룬 천재 조각가의 면모를 보여주는 것이다. 아무 생각 없이 그저 답답한 모방은 창조적 천재에 의해 가차 없이 걷어차인다. 금삿갓이 그의 이 작품을 보면서 동시대의 화가 구스타브 꾸르베(Gustave Courbet)의 <세상의 기원>을 떠올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작품이 이렇게 적나라(赤裸裸)하지만 이것으로 인해 조각에 있어서 로댕 이전과 로댕 이후를 가름하는 기준이 될 것이다. 그의 생동감 넘치는 인체 소조(塑造)는 당시 규범의 틀을 지키던 여타의 조각과 구별되며 세인(世人)의 경악을 불러일으켰다. 그가 구사한 인체묘사는 앞선 조각가들의 작품을 관찰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을 세심하게 관찰하며 재현하려 했던 그의 의지의 소산이었다.

<Iris, messagère des dieux>

로댕의 여체 토르소(Torso)를 보면 단순한 차이점이 천재를 평범으로부터 구별시키는 이유를 알 수 있다. 관념이나 추상적인 사고가 아니라 실제 사물에 비추어 생각하고 행동하는 즉물성(卽物性)에 기반한 구체화된 미를 찾아볼 수 있다. 지금이야 이러쿵 저렇쿵 쉽게 얘기할 수 있지만, 당시의 미의식과 관념적 틀에서는 쉽게 건너지 못할 깊은 괴리(乖離)가 놓여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로댕은 힘들고 외로운 짐을 지고 과감히 도전한 것이다. 여성이 왼쪽 다리를 구부리고, 오른손으로 오른발을 잡고 가랑이를 쭉 벌린다. 춤의 동작인지 요가의 동작인지 근육의 떨림이 전해 오는 듯하다. 음부의 사실적인 묘사가 강하게 시선을 잡아끈다. 가슴의 표현은 오히려 다소곳하다. 이에 비하면 생식기의 표현은 일단 그것이 관객의 얼굴과 바로 마주하는 정면성을 부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파격(破格)이 아닐 수 없다. 단순히 여성의 은밀한 어떤 부분을 보여주기 위한 제스처가 아니라 인체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며 작가의

독립된 자아가 발현하는 정신의 개척지를 의미한다. 이 작품은 정확하게 여성의 생식기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기 위해 제작된 것임에 틀림없다. 그 제목에서 우리는 알 수 있다.

<Iris, messagère des dieux>

한쪽 팔을 이용하여 다리를 쫙 펴서 음부의 노출을 최대한 강조하였다. 더욱이 은밀하게 살짝 감추는 미덕을 내팽개치고, 세상의 모든 것을 받아들이듯이, 입을 벌린 조개처럼 모든 것을 까발리고 있다. 로댕 스스로 여성에게 관심이 많았고, 한동안 연애사건으로도 떠들썩했던 여성 편력(遍歷)이 회자(膾炙)되었던 작가이기도 하니까 묘사에도 뛰어나다. 그의 세심한 관찰력은 이 토르소의 음부를 중심으로 팽창(膨脹)하고, 긴장된 근육의 묘사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사실 이런 세부 묘사의 사실성이 당시의 사람들을 경악케 했을 수도 있다. 그들은 그런 정도의 표현을 위해서라면 여성의 그곳에 코를 박고 들여다보았을 로댕의 제작 과정이 수반하는 음란성에 분노했을 것이다. 어쨌든 이 작품은 원래 파리 팡테옹 밖에 빅토르 위고 기념비를 세우려는 것의 일부로 구상되었지만 결국 실현되지 않았다. 로댕은 1889년에 이 의뢰를 받았고, 처음에는 빅토르 위고와 젊음, 성숙함, 노년을 상징하는 세 명의 여성 인물이 함께 있는 조각상을 구상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프로젝트는 발전하여 인물들의 각 부분이 각각 별도의 조각품이 되었는데, 여기에는 명상, 비극적 뮤즈, 그리고 아이리스가 포함된다. 아이리스가 된 인물은 휴고 머리 위에 떠 있는 '19세기의 정신' 또는 '영광'을 의인화하기 위해 의도되었다. 이 작품은 노골적인 에로티시즘으로 인해 처음에는 큰 논란이 있었고, 그래서 로댕의 작업실에 보관되었다. 에드워드 페리 워렌이 소유한 주조품은 1908년 보스턴 미술관에 기증되었으나, 박물관은 '전시 불가능한' 작품을 전시할 수 없다고 판단해 1953년에 매각했다.(금삿갓 芸史 琴東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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