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 워싱턴 포스트의 몰락을 보면서

by 금삿갓

금삿갓도 한 때 언론계 종사자로서 최근에 The Washington Post(줄여서 WP)가 전 직원의 3분의 1을 감원하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발표하는 등 몰락하는 소식을 접하고 씁쓸하다. 일례로 스포츠 데스크는 폐지되었고, 지역 뉴스팀은 40명 이상에서 10여 명으로 감축되었으며, 국제 데스크는 사실상 해체되었다. 해고 대상에는 중동팀 전체, 우크라이나 지국장, 그리고 또 다른 종군 기자가 포함되었다. 특히 종군 기자는 전쟁 지역에 있는 동안 해고 통보 이메일을 받았다고 밝혔다.그래도 한 때 미국을 대표하는 권위지였고, 1970년대 Richard Nixon의 사임으로 이어진 Watergate Scandal 보도는 이 신문을 세계적 저널리즘의 상징으로 만들었던 역사다. 진실을 파헤치는 탐사보도, 권력을 감시하는 언론의 역할, 민주주의의 수호자라는 명성은 오랫동안 WP의 브랜드 자산이었다. 2013년 테크기업의 총아(寵兒) Jeff Bezos가 회사를 인수하면서 디지털 혁신이 기대되었으나, 도리어 이 신문은 심각한 경영난과 영향력 축소를 겪고 있다. 디지털 전환 지연, 광고시장 붕괴, 정치적 양극화, 내부 조직 문화 문제 등 복합적 요인이 작용했을 것이다. 한때 “미국 정치 저널리즘의 중심”이었던 신문이 왜 흔들리며 가라앉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 필자 금삿갓이 몸 담았던 한국방송의 현주소를 오버랩하는 것 같다. 제프 베조스 사장의 개혁으로 한때 온라인 이용자 수를 3배 이상 늘렸지만, 한때 달콤했던 파트너 플랫폼 업체들의 변심으로 급격히 추락했다. “지난 3년간 검색 엔진 유입이 절반으로 줄었다.”라고 맷 머레이(Matt Murray) 편집국장은 감원을 결정한 날, 경영 상황을 이같이 밝혔다. 아마존을 성공시킨 경영 기법이 신문 경영에 통했는지는 최근의 WP 경영 상황을 훑어보면 가능하다. 제프 베조스의 목표는 클릭 한 번으로 대량의 상품을 쉽게 구매할 수 있는 아마존식 전자신문 개혁이었다. 기사 게재 수를 하루 1200건으로 2배 이상 늘리고, 엔지니어 수도 3배로 확대해 구글 등의 검색엔진에 노출되기 쉽게 했다. 인수 2년 후인 2015년 10월에는 방문자 수가 2배인 6690만 명으로 늘어나 뉴욕 타임스를 추월했다. 2020년 11월에는 미국 대통령 선거가 호재가 되어 1억 1390만 명까지 증가하며 베조스 개혁은 검색 엔진과 SNS 시대의 흐름을 탄 것처럼 보였다. 마치 한국의 방송사들이 자기네 제작물을 다른 플랫폼(케이블, IPTV)에 판매하여 짭짤한 수익을 올리면서, 더 넓게 유튜브와 넷플릭스에도 문호를 열어주듯이 말이다. 거대 플랫폼인 페이스북(현 Meta)과는 밀월 관계였다. 페이스북은 이용자를 확보하기 위해 2015년부터 포스트의 기사를 적극적으로 배포했다. 포스트는 하루에 배포하는 1200건의 기사 전부를 페이스북에 제공했으며, 한때는 연간 1500만 달러(약 230억 원)의 배포료를 받았다고 전해진다. 손 안 대고 코푸는 편안한 전략이었다. 지상파 방송사가 콘텐츠 재판매 수입에 안주하다가 광고도 잃고 콘텐츠도 잃은 것과 유사하다. 더욱이 세월이 흘러 이용자들의 취향이 틱톡(TikTok) 같은 짧은 동영상으로 이동하자, 메타는 콘텐츠 전략을 전환했다. WP 기사를 배포하던 '페이스북 뉴스'도 24년에 간단히 종료됐다. 포스트는 수입이 급감해 연간 1억 달러 적자에 빠졌다. 트위터(현 X)도 22년 일론 머스크가 인수하자 전략을 전환했다. X 내 체류 시간을 늘리기 위해 외부 사이트로 이용자가 유출되는 보도 매체의 게시물을 우대하지 않게 됐다. X에서 보도 매체로의 이용자 트래픽은 3년간 46%나 감소했다. 마지막 타격은 구글의 인공지능(AI) 전략이었다. 해당 사는 24년 검색 사이트 결과 화면에 'AI 개요(AI에 의한 요약)'를 게재하기 시작하면서 외부 사이트로의 유입이 급감했다. 웹사이트를 분석하는 미국 Chartbeat에 따르면, 구글 검색에서 미디어로의 유입은 1년 만에 33%나 감소했다. 소비자들의 소비 패턴이 완전히 변한 것이다. 그러니까 종이 신문의 광고는 급감하고 대신 그 물량 이상이 플랫폼 기업으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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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이 정치적 양극화의 촉발과 미디어에 대한 신뢰 하락이 그 원인일 수 있다. WP는 베조스의 인수 후에 전통적인 자유주의 즉 리버럴 노선을 수정했다. 2020년 미국 대선 전후의 ‘정치적 관심 급증’에 힘입어 구독자가 일시적으로 증가했지만, 이후 정치 피로감이 확산되면서 해지율이 높아졌다. 24년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는 민주당 해리스 후보를 지지하는 사설을 준비했지만, 베조스가 반대해 36년간 이어온 관행을 중단했고, 독자들의 실망을 불러 25만 명이 전자판 구독을 해지했다. 미국 정치가 극단적으로 양극화되면서, 보도 내용이 정치적 공격의 대상이 되었다는 점이다. 특히 Donald Trump는 WP를 “가짜 뉴스”의 대표 사례로 공격했다. 이는 보수 성향 독자층의 이탈을 가속화했다. 이 시기에 약 37만 명 이상의 독자가 이탈했다고 공영 라디오 NPR이 보도했다. 정치적 분열은 광고주에게도 부담이 된다. 특정 정치적 입장과 연계된 브랜드 이미지가 형성되면, 기업 광고가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 결과적으로 신문은 양극화의 희생양이 되었다. 워싱턴의 정치 미디어는 플랫폼 기업 의존에서 벗어나야 하는 전환기에 있다. 우리나라 언론사들도 과거의 경영방식에 안주할 때가 아닌 것이다. 미국의 신생 미디어 회사인 Semafor의 경영 방식을 보라. 창립 4년도 안 된 신생 언론사인 세마포는 버즈피드 편집장 벤 스미스와 블룸버그 CEO 저스틴 스미스가 공동 창간한 매체로 처음부터 프리미엄 글로벌 저널리즘을 지향했다. 기업의 CEO 등 중견 간부 이상 인사들에게 이메일로 직접 뉴스를 전달하고, 이들만 특별히 한정하여 초대 이벤트를 개최해 수익을 창출한다. 이들은 광고 수익 모델을 철저히 무시했다. 뉴스와 논평, 사실과 의견을 철저히 분리하고, 더 심층적 논쟁적 여지를 만들었다. 물론 WO도 전문성이 높은 '전문가용 매체'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안다. 다만 2021년 창간한 펀치볼 뉴스가 정치 특화 뉴스레터로 성장했고, 폴리티코 등도 로비스트 등 전문가용 매체를 수익원으로 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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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 산업의 전통적 수익 모델은 ‘광고와 구독료’의 이중 구조였다. 그러나 디지털 환경에서는 광고매체의 다변화로 인하여 광고 단가와 물량이 급락했고, 플랫폼 기업이 데이터 기반 타깃 광고를 독점했다. WP도 독자적으로 디지털 구독 확대에 집중했지만, 뉴욕타임스처럼 게임·쿠킹·쇼핑가이드·오디오 등으로 다각화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있다. 특히 The New York Times는 디지털 콘텐츠를 라이프 스타일 영역까지 확장하며 구독 기반을 1300만 명으로 넓혔지만, 워싱턴포스트는 정치·정책 중심의 콘텐츠에 상대적으로 집중했다. 이는 독자층을 제한하는 요인이 되었다. 또한 전통 언론사는 고정비 비중이 높다. 대규모 기자단, 해외 특파원, 인쇄·유통 인프라 등이 많은 유지비를 요구한다. 디지털 환경에서는 민첩성과 비용 효율성이 중요한데, 전통적 조직 문화는 이에 신속히 적응하지 못했다. 고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감원과 구조조정은 사기 저하와 품질 저하의 악순환으로 이어질 위험도 있다. 언론사의 신뢰와 내부의 역량 있는 인적 자원의 유출은 보이지 않는 치명적인 손실이다. 현재 우리나라 콘텐츠 제작 시장의 잘 나가는 큰손이나 유명 제작자들이 한 때 지상파에서 실력을 키웠던 인사들이다. 바로 우리나라의 지상파 방송사가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점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현실이다. 이제까지 광고 수익을 보장해 주던 지상파 드라마는 시청률이 두 자릿수를 넘기기도 힘드니 자체 제작비를 커버하기도 버거운 현실이다. 기술 발전이 기회와 위기를 동시에 가져다주는 것은 우리는 역사적으로 무수히 보았다. 다만 모든 조직의 구성원이나 경영자는 이를 보지 못하거나 애써 외면하면서 우리는 괜찮겠지 하는 안일한 생각이다. 신문이 방송의 등장으로 소멸되지 않았고, 영화가 칼러 TV의 등장으로 소멸되지 않았다. 다만 환경이 변하고 경쟁 방식이 다양화되는 것이다. 게임 룰이 바뀔 것을 감지하고 적응하는 것이 살 길이다. 기술이 인간의 모든 것을 대신해 주지는 못하니까 너무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다. 어느 곳이든 어느 때든 그들이 못하는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그 무엇이 있게 마련이다. 그리고 간과하지 못하는 중요한 문제는 바로 이것이다. 언론 기업 소유주인 베조스와 워싱턴 포스트에서 배울 수 있는 교훈은 다음과 같다. 극단적 자본주의자들이나 권력욕이 강력하고 편향적인 정치 지도자가 언론을 잡으려 들면 뉴스는 언제나 안전하지 않다.(금삿갓 芸史 琴東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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