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 왜 일본 여성은 이름에 코(子)를 많이쓸까?
필자 금삿갓이 어렸을 적에 시골에서는 누나 나이의 여성들 대부분 이름 끝 글자가 자(子)였다. 영자·정자·경자·순자·미자·분자 등등에 말자까지도 있었다. 우리 또래부터는 숙(淑)과 희(姬)가 유행이었다. 경숙·영숙·정숙·희숙·미숙 등등이고, 경희·영희·정희·숙희·미희 등등이었다. 그러니까 <영자의 전성시대>라는 영화가 히트하던 시절도 있었다. 이름에 자자(子字)를 즐겨 쓰던 유행은 아마 일제 강점기에 일본의 영향을 크게 받았기 때문이다. 일본 여성의 이름이 바로 이런 스타일이다. 그럼 일본은 왜 여성 이름에 이렇게 자(子)를 쓰기를 좋아했을까? 이건 바로 중국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중국은 예부터 학문이나 도(道)가 고명한 학자나 성인의 이름을 그냥 부르지 않았다. 피휘(避諱)라고 해서 부모님이나 선조, 성인의 이름을 그대로 부르는 것을 불경스럽게 여긴 것이다. 그래서 그 사람의 성(姓)에 자(子)를 붙여서 존경을 표했다. 예를 들면 공자(孔子)·맹자(孟子)·노자(老子)·장자(莊子)·주자(朱子) 등이다. 조선에 들어와서도 자기 스승을 높이려고 송시열 문하들은 그를 송자(宋子)로, 퇴계의 문하는 퇴계를 이자(李子)로 높여 부르기도 했다. 이런 문화가 일본에서는 왕실의 여성이나 귀족 여성들을 높여 부르는 칭호인 접미사 코(子)로 사용되어 전승되었다. 그러니 당연히 고위층에서만 사용하였고, 일반 평민 여성들은 변변한 이름조차 없었다. 우리처럼 첫째 둘째·끝분이·개똥이·점례 등등 식물이나 자연, 색깔 등을 빌어서 썼다.
그러다가 메이지유신(明治維新)으로 1870년에 <평민묘자허용령(平民苗字許容令)>을 발표하여 평민들도 성과 이름을 가지도록 했다. 국가에서는 세금과 교육 등을 위해서 더 강한 법인 <묘자필칭령(苗字必稱令)>을 1875년에 시행하여 모든 국민은 성과 이름을 가지고 등록하라고 강제하였다. 이 덕분에 이름 없던 천한 신분의 여인들까지 모두 성과 이름을 가지게 된 것이다. 이름을 써야 할 바에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좋은 것을 쓰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너도 나도 접미사에 코(子)를 붙이게 된 것이다. 그래서 하나코(花子, はなこ : 꽃 같은), 하나코(華子, はなこ : 화려한), 요시코(良子, よしこ : 착한), 유키코(雪子, ゆきこ : 눈 같은), 아이코(愛子, あいこ : 사랑스러운), 유미코(由美子, ゆみこ : 아름다운), 사치코(幸子, さちこ : 행복한), 마리코(真理子, まりこ : 진실한), 레이코(玲子, れいこ : 영롱한), 준코(順子, じゅんこ : 순종적), 나오코(直子, なおこ : 곧은), 미치코(美智子, みちこ : 아름다운 지혜로운) 아이 등으로 붙였다. 공자나 맹자의 격이 일본에 전파되어 일반 평민 여성의 품격으로 평준화가 되어 버렸다. 그런데 필자 금삿갓이 이런 일본 여성 이름의 접미사인 코(子)를 활용한 농담을 하나 소개하겠다. 필자가 일본 NHK 방송사에 드라마를 수출하기 위해 판촉활동을 하러 NHK 국제담당 간부들과 자주 어울렸다. 회의가 끝나고 저녁 간담회 술자리에서 이런 농담을 했다. 물론 일본어에 미숙하니 당연히 중간에 통역사의 도움을 받았다. 일본 사람을 상대로 한 농담은 아니고, 통역을 맡았던 통역사를 상대로 한 것이다. 그는 동경대에 유학 중인 대단한 실력자라고 소개를 받았다. 그래서 황당한 개그를 한 번 해 보았다. 통역에게 위의 일본 여성의 한자 이름을 쭉 나열하면서 일본 발음 물었다. 역시 실력이 출중한 그는 막힘없이 잘 대답했다. 바로 그때 필자가 남성 성불구인 고자(鼓子)는 어떻게 발음하느냐고 물으니 순간 그가 당황했다. 일본어로 장황하게 말을 하는데, 금삿갓이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금삿갓이 통역에게 한 수를 가르쳐 주었다. “고자(鼓子)의 일본 발음은 에도(江戶) 지방은 ‘우짜코’이고 나라(奈良) 지방은 ‘우야코’라고 한다.”라고 했다. 얼굴이 벌겋게 된 통역사가 한참을 웃다가 NHK 직원들에게 잘 통역을 해주자 그들도 깔깔대고 웃었다. 옛날 추억이다.(금삿갓 芸史 琴東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