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 금삿갓도 언론사 출신이지만, 우리나라 대부분의 언론들은 미국 대통령 트럼프에 대해 대충 알고 거볍게 비하적(卑下的) 보도로 일관한다. 미국의 좌파 언론의 보도 행태를 그대로 답습할 뿐 심층 취재를 할 능력도 의욕도 없는 것 같다. 트럼프가 3월 13일 하르그(Kharg) 섬의 군사 시설을 폭격한 것을 두고 논평을 하는 것을 보면 더욱 그렇다. 트럼프가 충동적이고 전쟁을 희화화(戲畫化)하려고 그런다고 했다. 언론들은 트럼프와 이 섬의 길고 질긴 인연에 대해 전혀 모르기 때문이다. 하르그 섬은 호르무즈 해협에서 페르시아만 쪽으로 483Km 깊숙이 들어와서 이란의 해안선 가까이 있는 석유의 전략적 요충지이다. 석유 이전에는 국제 무역의 요충지였다. 서구 열강들은 1500년대에 포르투갈이 이 섬을 점령해서 사용하다가 그다음에 네덜란드가 이어받았다. 1950년대, 섬 인근의 해상 유전과 육지의 가차사란(Gachsaran) 유전에서 파이프라인으로 운반된 석유를 저장하기 위해 이 섬에 석유 저장소를 건설하는 작업이 시작됐다. 무역 요충지 및 과일과 대추야자 재배, 진주조개 양식 등의 역할을 하던 이곳이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대규모 석유 저장탱크의 역할을 했다. 1969년에 미국 석유회사 아모코(Amoco)가 팔라비 왕조의 국영 석유회사와 합작으로 세계 최대의 해상 석유 터미널을 개발했다. 그런데 1979년 호메이니가 주도한 혁명정부가 아모코의 모든 재산을 몰수해 버렸다. 11년이 지난 후인 1990년에 손해액의 절반인 6억 불을 이란 정부가 배상하기로 했다.
트럼프는 노련한 협상력을 보유하고 있음과 동시에 자존감이 높은 스타일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은 불도저식으로 추진하는 추진력이 있다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 그의 저서 <협상의 기술(The Art of the Deal, 1987)> 에서도 나타나는데, 무엇보다 최고의 이익을 가져오는 협상력이 능숙하다. 협상을 통해 이득을 끌어내는 기술이 매우 능숙한 인물이며, 자신에게 반대하는 인물들을 철저하게 통제하고 자신의 발밑에 두려고 한다. 부친에게 어느 정도 부를 상속받았지만 그것을 기초로 거부의 반열에 올랐다. 부동산 개발의 수완가로서 면모를 보인 것이다. 철저히 금주와 금연을 하는 그의 스타일을 보고 즉흥적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그가 <협상의 기술>을 발간하자, 일약 히트를 쳐서 거의 1년간 NYT의 베스트셀러 1위 자리를 차지했다. 비즈니스 관련 서적으로 역대 5위 안에 드는 실적이다. 그래서 영국 가디안(Guidian)의 여기자 Polly Toynbee가 1988년에 41세의 젊은 부동산 재벌인 트럼프를 인터뷰한 기사가 있다. 거기에 트럼프의 가치관과 태도 등 적나라한 모습이 묘사된다. 당시 중동에는 이란-이라크 전쟁으로 페르시아만 긴장이 고조될 때였다. 정치인도 아닌 젊은 사업가 트럼프는 “만약 단 한 발의 총알이라도 미국 군인이나 선박 옆을 지나간다면, 나는 하르그섬에 한 방 먹일 것이다.(If a bullet ever flew past a single American soldier or a ship, I'd do a number on Kharg Island.)”라고 응수했다. 트럼프는 당시 미국이 이란의 위협에 미온적으로 대처한다고 비판하며, 이란 원유 수출의 90%를 담당하는 하르그섬을 날려버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래도 그가 이번 전쟁에서 즉흥적으로 하르그섬을 폭격한 것이라고 주장한다면 정말 어리석은 언론들이다. 그는 40여 년 전부터 이런 관점을 유지해 오고 있다. 동맹국에 대한 호르무즈 해협의 파병 문제도 당시부터 같은 시각을 견지하고 있었다. 당시에도 트럼프는 미국이 다른 나라를 돕고도 제대로 보상받지 못한다는 불만을 표출하였다. “우리는 우리를 이용해 먹는 사람들을 위해 세상을 보호하고 있다. 나는 그것에 질렸다. 이제 멈춰야 한다.(We're protecting the world for people who are taking advantage of us. I'm tired of it. It's got to stop.)”라고 인터뷰했다. 그는 미국이 세계의 호구(Sucker) 노릇을 한다는 피해의식이 강했다. 토인비는 2017년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자 다시 한번 더 단독 인터뷰를 했는데, 30여 년이 흘렀지만 트럼프의 말과 생각과 행동은 그대로이고 토씨하나 틀리지 않아 정말 놀랍다고 했다. 전 세계의 정치·외교·경제를 한 손아귀에 쥐고 흔들 수 있는 슈퍼 파워의 트럼프에 대한 정확한 분석 없이 그저 표피적으로 보도는 하는 것은 우리나라의 국익에 전혀 이득이 없을 뿐만 아니라 도리어 해가 된다.(금삿갓 芸史 琴東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