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원숭이를 간첩혐의로 교수형에 처한 사람들

웃음거리 조롱이 문화로 승화

by 금삿갓

19세기 초 나폴레옹 전쟁 당시, 프랑스 배 한 척이 영국 런던의 북동부 하틀풀(Hartlepool) 해안에서 좌초되어 침몰하는 모습이 목격되었다. 이곳은 에든버러와 요오크의 중간에 위치한 한적한 해안 마을이다. 멀리서 보니 적함으로 의심되어 프랑스 군의 침략 가능성에 불안해진 하틀풀 주민들은 해변으로 달려갔다. 난파된 배의 잔해 속에서 유일한 생존자인 원숭이 한 마리를 발견했다. 그 원숭이는 마침 프랑스 군복인 듯 한 옷을 입고 있었다. 하틀풀은 프랑스에서 아주 멀리 떨어져 있었고, 당시 한적한 시골 해안 마을이었던 이곳은 대부분의 주민들이 프랑스인을 만나본 적도 없었다. 그런데 당시 유행하던 풍자만화(Satirical cartoons)에서는 프랑스인을 꼬리와 발톱이 달린 원숭이 같은 모습으로 묘사하기도 했는데, 그래서인지 마을 사람들은 제복을 입은 원숭이를 보고 프랑스인, 그것도 프랑스 스파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마을 주민들이 원숭이가 간첩 행위를 했는지 여부를 가리기 위한 재판을 열었지만, 예상대로 원숭이는 법정의 질문에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고, 결국 유죄 판결을 받았다. 원숭이 스파이가 프랑스어만 알고, 영어를 모르거나 대답을 회피한 것으로 오인했다. 마을 사람들은 원숭이를 마을 광장으로 끌고 가서 교수형에 처했다.

난파된 배 안에 유일하게 생존하여 남았던 원숭이 한 마리가 하틀풀 사람들에게 프랑스 스파이로 오인되어 교수형에 처해졌다는 희극적인 일이 발생했다. 그일 이후 오늘날까지도 하틀풀 사람들은 조롱 섞인 별명으로 '원숭이 교수형 집행인'으로 불린다. 그렇다면 이 전설은 사실일까? 하틀풀의 선량한 사람들이 정말로 가엾고 무방비 상태의 원숭이를 교수형에 처했을까? 어쩌면 이 이야기에는 더 어두운 면이 있을지도 모른다. 실제로는 '원숭이'가 아니라 '화약 원숭이(Powder-monkey)'라고 불리는 어린 소년을 교수형에 처했을 수도 있다. 당시 군함에서는 하층민 출신의 어린 소년들이 대포에 화약을 채우는 일을 했는데, 이들을 일명 '화약 원숭이(Powder-monkey)'라고 불렀다. 아무튼 수세기 동안 이 전설은 하틀풀 주민들을 놀리는 데 사용되어 왔다. 실제로 오늘날에도 지역 라이벌 축구팀인 달링턴(Darlington)과 하틀풀 유나이티드(Hartlepool United) 간의 축구 경기에서는 "누가 원숭이를 교수형에 처했는가?"라는 응원가를 종종 들을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하틀풀 사람들은 이 이야기를 좋아한다. 하틀풀 유나이티드의 마스코트는 '앵거스 더 몽키(H'Angus the Monkey)'라는 이름의 원숭이이며, 지역 럭비팀인 하틀풀 로버스(Hartlepool Rovers)는 '몽키행어스(Monkeyhangers)'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2002년 지방선거에서 시장으로 당선된 스튜어트 드러먼드(Stuart Drummond)는 원숭이 앵거스 복장을 하고 "학생들에게 무료 바나나 제공"이라는 선거 구호를 내세웠지만, 아쉽게도 이 약속은 지키지 못했단다. 그러나 이러한 사건에도 불구하고 그의 인기는 식지 않았는지, 이후 두 번 더 재선에 성공했다. 진실이 무엇이든 간에, 하틀풀과 교수형 당한 원숭이에 얽힌 전설은 200년이 넘도록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또한 마을 곳곳에 세워진 조각상과 유적 탐방로를 통해 그 이야기가 기념이 되고 있다.(금삿갓 芸史 琴東秀)

<어린 화약병사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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