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말로 망하지 말자

금동수의 세상 읽기(210208)

by 금삿갓

말이 병들면 세상도 병든다. 코로나19보다 더 세상을 어지럽히고 인간사(人間事)를 파괴한다. 대법원장 김명수(金明秀)의 망언(妄言)이 민주주의를 말살(抹殺)할 정도다. 원전(原電) 관련 파일을 밤늦게 몰래 삭제한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의 <신내림> 망언에 이어 매가톤급이다. 삼권분립 최후의 보루(堡壘)이며 사법부의 독립성을 지키기 위해 온 몸은 던져야 할 인사의 입에서 거짓말과 기획성 탄핵 발언이 나왔다는 것은 헌법을 파괴하고 민주주의에 조종(弔鐘)을 울린 것이다. 국민은 누구를 믿고 재판을 맡기며 누가 공정한 재판을 한다고 생각하겠는가? 대법원장 공관(公館) 리모델링비 4.7억 원을 부당 사용하고, 그 공관 개보수가 끝나자마자 현직 판사 아들과 변호사 며느리 부부를 불러들여 같이 살았다. 그래서 아들 내외의 주거비와 전세금을 다른 곳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할 때부터 밑천을 알아봤지만 정말 개탄스러운 인간이다.

하루도 못 가서 들통이 날 거짓말을 언론과 국민의 대의기구인 국회에서 얼굴색 하나 안 변하고 나불거리는 진보 인사의 민낯은 비일비재(非一非再)하다. 정조(正祖)의 어록인 일득록(日得錄)에 “사람은 언어로 한 때의 쾌감을 얻으려 해서는 안된다.(人不可以口業取快於一時)”고 했다. 말의 중요성·조심성과 바른말 고운말에 대한 동서고금의 속담이나 격언, 금언(金言)은 무수히 많다. 성서 잠언 18장 21절에 “죽고 사는 것이 혀의 권세에 달렸나니 혀 쓰기 좋아하는 자는 그 열매를 먹으리라.” 또 야고보서 3장 8절에 “혀를 길들일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나니 억제할 수 없는 악이요, 죽이는 독이 가득하도다.”라고 되어 있다. 모두 혀를 움직여 말이라는 소리를 만들어 죄짓는 것을 경고하는 것이다.

불교에는 말로 짓는 죄를 구업(口業)으로 표현한다. 인간은 3가지 악업을 짓는데, 몸으로 짓는 살생(殺生)·투도(偸盜: 도둑질)·사음(邪淫)의 신업(身業), 말로 짓는 망어(妄語)·양설(兩舌)·악구(惡口)·기어(綺語)의 구업(口業), 생각으로 짓는 탐욕(貪慾)·진에(嗔恚: 성냄)·우치(愚癡: 어리석음)의 의업(意業)이 있다. 먼저 망어(妄語)는 진실이 아닌 거짓말로 허광어(虛誑語), 허망(虛妄), 망설(妄說), 망언(妄言), 망발(妄發)이라고도 한다. 양설(兩舌)은 서로 다른 말로 이간질하는 이간어(離間語), 일을 깨뜨리는 파어(破語)가 해당된다. 악구(惡口)는 남을 괴롭히는 거칠고 나쁜 말인 추악어(麤惡語), 모질게 꾸짖는 악매(惡罵), 악인의 말인 악어(惡語)가 해당된다. 기어(綺語)는 교묘히 꾸민 말로 잡예어(雜穢語)라고도 하며, 이치에 상응하지 않는 비응어(非應語), 쓸데없는 말인 산어(散語), 의롭지 못한 무의어(無義語)를 모두 말한다.

공자(孔子)도 논어 학이편(學而篇)에서 “그럴듯하게 꾸민 교묘한 말과 보기 좋게 치장한 얼굴빛을 한 사람은 인자가 드물다(巧言令色鮮矣仁)”고 하였다. 주자의 경재잠도(敬齋箴圖)에도 “입을 병마개 막듯이 다물라(守口如甁)고 했다. 말조심에 관하여 인구에 회자되는 시가 풍도(馮道)의 <설시(舌詩)>이다. 풍도(882~954)는 당나라 말기에 태어나서 오대십국(五代十國) 시대에 5왕조(후당·후진·요·후한·후주)를 걸쳐 8개의 성(姓)을 가진 11명의 임금을 섬기면서 고관과 재상을 53년간 역임한 처세의 달인이다. 사마광(司馬光)은 유교적 윤리관으로 불사이군(不事二君)을 져버린 그를 혹평(酷評)하였지만, 명나라 사상가 탁오(卓吾) 이지(李贄)는 임금보다 사직과 백성의 안위를 잘 돌본 탁월한 정치가로 평했다. 일본 교토대 교수인 도나미 마모루(礪波護)가 쓴 <풍도-난세의 재상>에서 풍도의 재평가(再評價)가 잘 나타나 있다. 풍도가 지은 시는 이렇다.

구시화지문(口是禍之門) : 입은 재앙을 부르는 문이요.

설시참신도(舌是斬身刀) : 혀는 몸을 자르는 칼이다.

폐구심장설(閉口深藏舌) : 입을 닫고 혀를 깊이 감추면

안신처처뢰(安身處處牢) : 가는 곳마다 몸이 편안하리라.

우리 조선에도 말조심을 넘어 아예 언로(言路)를 틀어막는 폭군이 바로 연산군(燕山君)이었다. 그는 구중궁궐(九重宮闕) 안에서 자기가 저지르는 방탕과 향락이 흘러나가는 것이 환관(宦官)들의 입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연산군 10년(1504) 3월 13일에 나무패에 풍도의 <설시>를 새겨서 모든 환관들에게 차게 하였다. 이름하여 <신언패(愼言牌)>였다. 그러다가 다음 해인 1505년 1월 29일에 모든 조정 신하에게 차도록 하였다. 또 2달 후인 3월 12일에는 대제학 김감(金勘)이 <대소인원패면시(大小人員牌面詩)>를 지어서 바치니 이를 신언패의 다른 면에 새겨서 동·서반(東·西班)의 모든 조정 신하들에게 차도록 하였다. 그 시가 이러하였다.

면종위구순(面從爲苟順) : 면전에서 따름은 구차하게 순하나

배비즉반복(背非卽反覆) : 돌아서서 그르다고 곧 되풀이하네.

시종심막투(始終心莫渝) : 처음과 끝까지 마음을 변치 말아야

사군도내직(事君道乃直) : 임금 섬기는 도리가 이에 올바르니라.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가 다가오니까 말의 성찬(盛饌)이 열리고, 늘상 있었던 막말 시비 또한 많이 발생할 것 같다. 사람은 말, 글, 행동, 표정 등으로 의사소통을 하다 보니 설화(舌禍), 필화(筆禍), 패가망신(敗家亡身)의 행동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정치인이나 지도자 등 저명인사들의 망언이나 망발(妄發)이 유독 돋보이고 지탄(指彈)의 대상이 된다. 미국의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제임스 뷰캐넌(James Buchanan) 교수의 공공선택이론에 따르면 정치인들은 <정치적 기업가>이다. 국민을 위한 봉사자가 아니라 오로지 당선, 재선, 더 큰 자리로 진출을 위해 이기심에 따라 행동한다. 그래서 국민을 속이고 막말을 쉽게 하는 유혹에 빠진다. 진보학자인 전북대 강준만 교수도 정치인의 막말이 지지자들을 열광시켜 단합의 대열로 이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과거에 선거를 앞두고 나온 말실수들이 선거 판세를 뒤집기도 했다. 2004년 17대 총선 전에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의 ‘노인 폄하 발언’으로 인하여 탄핵 후폭풍에 힘입어 압승을 예상한 열린우리당이 의석 과반을 겨우 차지했다. 2012년 19대 총선에서 ‘나꼼수’의 진행자이며 자칭 <막말 돼지>라던 김용민 민주통합당 후보가 한 막말이 사실로 알려졌다. 콘돌리자 라이스 전 미국 국무장관을 “강간해서 죽이자”, 저출산 대책으로 “피임약을 최음제로 바꿔서 팔자”는 등의 망언을 한 것이다. 그 결과 민주통합당이 총선에서 패배했다. 2018년 6‧13 지방선거에서는 정태옥 자유한국당 의원이 이른바 ‘이부망천’ 발언을 했다. 결국 인천시장 선거에서 자유한국당 유정복 후보가 민주당 박남춘 후보에게 큰 차이로 패배했다.

이외에도 정치인의 막말과 망발은 부지기수이다. 가장 자주 도마에 오르는 망언은 보수 쪽의 5·18과 세월호, 대북 관련, 진보 쪽의 광우병,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 대미, 대일 관련 망언이 많았다. SNS가 불특정 다수와 소통하기 좋은 수단이 되자 말이 아닌 SNS 글과 댓글에 망언이나 망발 수준이 자주 등장했다. 잘못 쏟아낸 막말이나 망발의 사회적 유통도 과거보다 급속도로 빨라져서 즉시 사회적 이슈가 되곤 한다. 지금은 사회지도층이 아닌 소상공인이나 소시민의 갑질 막말일지라도 실시간으로 문제화되므로 정말 조심해야 한다. 그래서 다산 정약용은 목민심서에서 “말을 많이 하지 말고, 성급히 화내지 말라(毋多言 毋暴怒)”라고 했다. 정약용의 또 다른 당호(堂號)인 여유당(與猶堂)의 의미를 음미해 봄이 타당하다. 그는 노자(老子)의 말을 인용하여 당호를 지었다. “겨울에 시내를 건너는 것처럼 신중하게 하고[(與)兮若冬涉川], 사방에서 나를 엿보는 것을 두려워하듯 조심하라.[(猶)兮若畏四鄰]”

망언이라면 내로라하는 그룹이 있다. 우리와 이웃하고 있는 나라들의 지도층이다. 일본 극우(極右) 정치인이나 각료들의 독도와 동해, 위안부, 한일합병 관련 망언은 독보적이다. 예를 들 필요도 없이 즐비하다. 중국의 우리에 대한 망언도 많다.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트럼프와 회담 시 한국이 중국의 일부였다는 망언을 했다고 한다. 또 2017년 중국 인민해방군 건군 90주년 행사와 2010년 6·25 참전 70주년 좌담회에서 남침전쟁 참전이 정의로운 전쟁이라는 망언을 했다. 사드(THAAD) 배치와 관련된 우리의 주권 침해적이며 내정 간섭에 해당하는 망언도 자주 있었다. 북한은 왕조 국가처럼 세습(世襲)하면서 대남 성명에서 입만 열면 망언을 쏟아내는 거의 망언 제조기 수준이다. 문제는 우리의 외교 및 국정 책임자들이나 진보세력들이 일본의 망언에 대해서는 목숨을 걸고 죽창을 들어 대항을 하면서 중국이나 북한의 해괴(駭怪)하고 폭압적인 망언에는 한마디의 항의나 대응을 못하는 것이 더욱 한심하다. 특히나 문대통령의 대 중국 인식이 거의 망언 수준이다. 대등한 국제 관계가 기본임에도 중국을 큰 산, 우리를 작은 산이라 비유하며 저자세를 보이고, 남침의 주체인 중국공산당의 창립 10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할 일인가? ‘삶은 소대가리’가 웃을 정도라는 비아냥을 안 들었으면 좋겠다.

인간의 법이 망언으로 지은 죄를 처벌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성경에서는 야고보서 3장 6절에 “혀는 불이요, 죄악의 세상이라. 그처럼 혀는 우리 지체들 가운데 있으면서 온 몸을 더럽히며 또 일생을 불태워 버리나니 곧 지옥의 불에서 태우느니라.”라고 되어 있다. 지옥에서 심판을 받는다. 불교도 구업(口業)을 지으면 8한지옥(八寒地獄) 중 6번째 지옥문에서 사자들이 긴 혀를 빼내 톱으로 쓸거나 못질을 한다고 한다. 참을 수 없는 고통을 지은 죄업만큼 받게 되는 것이다.

그럼 죄업을 짓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대체로 다음의 기준으로 말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①무엇을 말할 것인가? 본 것·들은 것·안 것·생각한 것에 대해서 말하되 악을 감소시키고 선을 증가시키는 것을 말한다. 악을 증가시키고 선을 감소시키는 것은 말하면 안 된다. ②어떻게 말할 것인가? 진실하게, 상냥하게, 유익하게, 좋은 의도로 말한다. ③언제 말할 것인가? 사실인지, 유익한지, 타인의 마음에 드는지를 판단한 후 적절한 때에 말한다. ④마지막으로 유의할 것은? 진실과 정의에 부합되면 선과 악, 칭찬과 비난 등에 대해서 확실한 표명을 한다.

공자도 주역(周易) 계사전(繫辭傳)에서 “글로서 말을 다 드러낼 수 없고, 말로서 그 뜻을 모두 나타낼 수 없다. 그래서 성인은 형상을 세워 뜻을 표하고, 괘를 베풀어 진위(眞僞)를 밝힌다(書不盡言 言不盡意, 立象以盡意 設卦以盡情僞)”고 했다. 말과 글이 사람의 뜻이나 진위(眞僞)를 나타내기가 그만큼 어려운 것이다. 또 논어의 마지막 문장에서 세 가지를 알지 못하는 삼부지(三不知)가 되지 말라고 강조했다. 즉 "하늘의 뜻(命)을 모르면 군자가 될 수 없고, 예의(禮義)를 모르면 사회에 나설 수 없으며, 사람의 말(言)을 잘 알아듣지 못하면 사람을 알 수 없다."라고 했다. 그래서 자기의 사명을 알고 예의를 지키며 남의 말을 정확히 알아듣고, 특히 말조심하여 망하지 않는 삶을 살아야겠다. (금삿갓 芸史 琴東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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