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순례길이 꽃길인가(7/20)

금삿갓의 산티아고 순례길-가시밭 길인가

by 금삿갓


순례길 어떠하뇨 꽃길인가 가시길인가

울퉁불퉁 돌길 흙길 걸어봐야 맛을 알지

오호라 걷지 않으면서 무슨 말씀 말아라.


이천리 순례길을 걸어보니 꽃길도 아니고 가시밭 길도 아니다. 돌길, 자갈길, 모래길, 바위길, 너덜길, 아스팔트 포장길, 시멘트 포장길, 오르막길, 내리막길, 돌다리, 나무다리 등 가지가지 길이다. 로마시대에 마차길로 만들어진 돌길은 비록 수많은 세월에 닳아서 반들반들 하지만 이것도 조선 과객 금삿갓의 발바닥을 자극하기는 매 한 가지다. 오르막 길이 있으면 내리막 길이 있고, 평지 길은 끝 보이지 않게 저 멀리 하늘에 닿아있다.

하지만 단 한 가지, 순례길은 걷기에 힘들어도 길섶은 길을 걷는 사람의 기분을 응원해 준다. 등산화, 운동화, 트렉킹화, 샌들 등 각양각색의 저마다 편하게 생각되는 신발을 신고 걷지만 발에 오는 고통도 저마다 다르다. 서양인들이 성큼성큼 잘 걷기에 그들은 발과 다리가 무지 성한 줄 알았다. 그들의 발과 다리도 우리네와 별반 차이가 없다. 숙소에 도착하면 하체를 열심히 안마하고, 아침이면 발가락에 테이프나 반창고를 붙이고, 종아리와 무릎에 보호대를 차거나 근육통 약을 떡칠하고 있다.

수백리를 걸으면서 보니 지친 순례객들에게 위안을 줄 하느님의 의도인지는 몰라도 정말 길섶에 많은 꽃들이 철 따라 피고 있었다. 야생화가 지천(至賤)이다. 풀로 된 꽃도 많지만 나무에 핀 꽃들도 많다. 길이 비록 너덜길에 험한 길이라지만 길 주변이라도 꽃 장식을 해 준 것이다. 야생 식물들이 자라기 힘든 광활한 사막처럼 메마른 지역에도 거기에 맞는 식물들이 길가에 자라면서 꽃을 피워 지나는 길손들을 향해 웃음을 보낸다.

그래서 누가 묻는다면 순례길은 꽃길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정말 다양한 꽃이 저마다의 아름다움을 뽐내면서 피어 있기 때문이다. 모두들 한 여름인 7월 15일부터 순례길을 걷는다니까, 그 더운 여름에 유럽이 폭염 주의보까지 있는데 무슨 고생길을 떠나냐고 말린다. 막상 걸어보니 이곳의 기온은 한낮 14:00 ~ 17:00까지가 제일 더운데 서울 보다 더 시원했다. 저녁이나 밤에는 이불이 필요한 날씨다. 그늘만 들어가면 가을 날씨고 길섶의 꽃들이 반기니까 꽃길임에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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