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례길을 가면서 느끼는 감정이다. 고단하고 힘든 순례길인데도 나름 위안이 되는 것이 길섶에서 피어난 다양한 들 꽃들의 아름다운 자태 덕분이다. 마을로 들어서면 집집마다 정원을 가꾸거나 베란다 창문틀에 갖가지 꽃을 잘 기르고 있고 만개해 있다. 조선 과객 금삿갓은 시골에서 농부의 자식으로 태어나서 어릴 적부터 들판에서 수많은 들 꽃들을 보았지만, 여기 길을 걸으면서 정말 첨 보는 꽃들 투성이다. 몇몇 가지 꽃들은 고향 산천에서 보던 것과 시골 초등학교 화단에 심었던 다양한 외래종 꽃 들 말고는 신기하게 생긴 꽃들이 정말 많았다.
이름이 궁금하긴 해도 누굴 붙잡고 물어볼 수도 없다. 길을 걷는 사람은 모두 이곳 사람이 아닌 외국인들 뿐이니. 그들도 알 길이 없을 거고, 안다고 해도 나라마다 이름이 다르게 불리니까 의미가 덜하다. 구글 검색기도 돌려보고, 네이버 카메라 검색기도 사용해 보지만 별 무소용이다. 필자가 알고 눈에 익은 것이 양귀비, 궁궁이, 개망초, 나팔꽃, 메꽃, 엉겅퀴, 인동꽃 등이 가끔 보이고 나머지는 전혀 처음 보는 꽃이다. 김춘수 시인의 시처럼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이라서 그 꽃은 다만 예쁜 몸짓을 나에게 보낼 뿐이었다.
그의 모양과 향기와 느낌에 맞는 그의 이름을 불러주는 게 그에게 얼마나 큰 사랑을 보내주는 것임을 우린 알아야 한다. 모든 꽃들은 그에 걸맞은 이름으로 불려질 때 그 꽃의 존재 의미가 더욱 부각되고 우리에게도 감성을 풍성하게 해 주는 것이다. 이름 모를 꽃은 있어도 이름 없는 꽃은 없는 것이다. 다만 우린 그 이름을 몰라서 그에 맞게 불러주지 못함이 안타까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