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 하느님의 은총?(7/20)

금삿갓의 산티아고 순례길-자연의 섭리?

by 금삿갓

조선 과객(過客) 금삿갓은 어릴 적에 시골에서 자라면서 악동(惡童) 짓을 가끔씩 하곤 했다. 이건 누가 나쁜 놈이고 선한 놈의 구분이 아니라, 그 당시 시골의 사회 분위기가 그런 악동짓을 눈 감아 주고 치기(稚氣)로 보아 넘겨준 것이다. 당시 또래의 아이들과 작당을 하여 여름이나 가을에 남의 과일이나 곡식들을 몰래 훔쳐서 먹곤 했다. 먹을 것이 없어서 그런 짓을 한 것도 아니고 또래들의 장난기가 동(動)한 것이다. 자기 집 것을 친구들과 같이 훔쳐 먹기도 했으니까. 우린 이것을 전문가적 용어(?)로 '~~서리'라 불렀다. 복숭아서리, 수박서리, 참외서리, 감자서리, 무서리, 옥수수서리, 콩서리 등등이다.

순례길을 걷다 보면 끝없는 지평선을 따라 걷는데 길옆에 농장들이 즐비하다. 포도 농원이 수십 킬로미터 늘어있다가 옥수수 농장, 밀밭, 올리브 농장, 해바라기 밭 등등이 있고, 가끔 감자밭도 있다. 그러지 않으면 잡초밭이거나 목장이다. 포도송이가 알차게 열려서 익어가고 있고, 옥수수도 한창 익고 있었다. 해바라기는 일찍 심은 것은 여물고 있는데 늦된 것은 이제 자라는 중이다.

그런데 순례길 길섶에 들꽃도 많지만 유실수가 정말 많았다. 순례객들이 허기진 배를 채우라고 하느님의 은총으로 그렇게 나고 자라서 열매를 맺는 건지 모르겠다. 복숭아, 사과(우리나라 사과처럼 굵은 것이 아니라 자두 크기 정도의 사과), 배, 벚(이건 철이 지났다), 뽕나무 오디, 호두, 오얏, 산딸기, 밤, 도토리 등등 정말 따먹을 과일들이 계속해서 군데군데 자라고 열리고 있다. 심지어 올리브나무도 있다. 누구도 손을 보지 않아서 너무 많이 열려서 가지가 부러진 나무도 더러 있다.

호두와 밤은 아직 철이 덜 되어서 여물지 않았고, 사과와 자두 등은 길에 떨어져서 순례객들이 밟고 간 잔해가 즐비하다. 지역 농부들이 우리 밭의 농작물은 손대지 말고 길가에서 자라는 과일나무에서 마음껏 즐기라고 심은 것인가? 순례길을 걸으면서 보이는 농부는 한 두 명 정도였다. 농장에서 일하는 모습을 볼 수가 없었다.

그렇게 큰 농장에 심어 놓은 농작물이 어마어마하게 많은데 순례객들의 손을 타 봐야 얼마나 표시 나겠나? 자연의 섭리인지, 하느님의 은총인지, 지역 농부들의 배려인지 알 수는 없어도 길을 걸으면서 풍성하게 열린 과일들을 보면서 걷는 것이 꽃을 보면서 걷는 것과 또 다른 풍만감을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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